[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 당국이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 결과 조작을 적발해내기 2년반 전, 유럽연합(EU)의 환경담당 집행위원 야네스 포토크닉이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배기가스 검사를 조작하고 있다는 경고를 보냈지만 묵살됐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26일 EU 집행위원회 내부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포토크닉의 경고를 무시한 채 폭스바겐의 검사 결과 조작이 가능하게 한 기존의 방침을 2017년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배기가스 검출 결과 조작을 위해 부정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사실을 시인했으며 이와 관련해 폭스바겐의 고위 경영진 약 10명이 직무를 정지당했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검출 결과 조작은 EU 환경 규제 당국이 배기가스 규제와 관련한 법적 기준 준수 여부를 확실하게 감독하고 있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의문을 제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자동차 업체들이 질소산화물(NOx) 배출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도록 하는 시한을 2019년까지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포토크닉은 2013년 2월 당시 산업정책 담당 집행위원이던 안토니오 타자니에게 보낸 서한에서 EU의 대기 질이 법이 요구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된 원인은 실제 도로주행에서의 배기사스 배출과 실험실에서의 배기가스 배출 결과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몇몇 회원국 장관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그는 이어 자동차 회사들이 실험실에서의 검사 결과 때만 기준에 합격할 수 있게 하고 실제 주행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배기가스가 배출되도록 조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덧붙이면서 자동차 업체들을 규제할 새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 설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은 채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문제들만 논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포토크닉의 경고를 묵살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검출 결과 조작은 결국 미 환경보호청(EPA)에 의해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