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주식시장을 교란하는 증권가의 은밀한 커넥션에는 한때 잘 나가던 금융전문가들의 '검은 손' 역할이 톡톡히 작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증권가가 급속히 얼어붙자 이후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이 증권가에서 떠밀려 나왔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금융범죄 브로커로서 제2의 길을 찾아 나선 사실이 이번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들은 현직 금융 종사자들의 모럴해저드와 결탁, 개미들을 울리는 대주주의 탐욕을 손쉽게 실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자신들의 잇속을 채워왔다.
◆브로커 이득 톡톡…거래대금 5~7% '뒷돈'
22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에 따르면 금융기관 현직 임직원을 접촉하는 금융범죄 브로커의 대부분은 전직 증권사 직원과 펀드매니저 등 금융전문가로 근무하다 퇴사한 일종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블록딜 거래수수료가 거래대금의 1~2%에 불과한 데 반해 거래대금의 5~7%까지 뒷돈으로 수수, 수익을 톡톡히 올렸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 동양피엔에프의 주가조작 사건엔 전직 증권사 직원 출신 브로커 성모(47)씨 외에도 펀드매니저, 증권사 차장 등이 대거 연루됐다.
성씨를 비롯한 전직 펀드매니저 등은 2011년 9~11월 D사 주식의 기관투자자 처분을 알선하고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 임직원 등 금융전문가들의 수가 급감하면서 오갈 데 없는 이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브로커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0년 말 4만3364명에서 지난 6월 기준 3만6078명으로 5년 새 7000명 이상 급감했다. 가장 큰 급감 요인은 시장 위축으로 인한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이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국내 증권사 수 역시 2010년 말 64개에서 5년이 흐른 지난 9월 기준 56개로 감소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증권사 모럴해저드 '심각'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임직원들의 심각한 모럴해저드는 브로커로 금융시장에 다시 뛰어든 전직 금융전문가들의 행보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들은 자산운용사, 증권사로서의 신뢰성을 지키는 대신 친분에 이끌려 주식매매를 알선하고 나아가선 자신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상무 출신 김모(47)씨의 경우 현직 시절 금융브로커로부터 동양피엔에프 주식 매매와 관련해 첫 제의를 받자 자신이 친분을 다져왔던 펀드매니저에게 재차 주식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아울러 자신이 골드만삭스에 근무하면서 알게된 펀드 편입 종목, 매매량, 매매시기 등의 정보를 이용해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 15억원대의 개인 시세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글로벌 공신력과 인지도를 지닌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임원이 연루된 범죄를 수사하며 금융 전문직역에 심각한 모럴해저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기관 임직원이 적극 가담해 다른 금융기관에 고평가된 주식을 인수하게 하는 것은 다른 금융기관에 위험부담을 떠넘기고 추격매수에 나선 일반투자자에게도 손해를 전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임직원 및 전직 금융전문가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 전문직역에 널리 퍼진 구조적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신력과 정보력을 가진 기관투자자에 대한 개미투자자들의 신뢰가 배반되지 않는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