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최근 유명 중견기업인과 프로야구 선수, 고위 공직자 등의 불법 해외 원정도박 의혹 등이 속속 제기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동시 다발적으로 해외 원정 도박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현재 중견 기업인들을, 경찰은 프로야구 선수 등을 대상으로 수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외에 경찰서장 등 공직자들의 도박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원정 도박 검·경에 쏠리는 시선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해외 원정 도박 의혹 수사는 지난 6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가 마카오 등에 도박장을 개설해 한국 기업인들에게 도박을 알선한 혐의로 폭력조직원 이모(39)씨와 김모(42)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에 폭력 조직원과 연루된 중견 기업인들로 수사 대상은 넓어졌고 정운호(50)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구속됐다. 검찰은 해운업체 문모(56)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이른바 '정킷방'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킷방은 국내 조직폭력배가 해외 현지 카지노 업체에 보증금을 걸고 VIP룸을 빌려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현지에서 도박꾼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국내 계좌를 수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찰도 도박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주력 선수 2명이 최근 마카오 정킷방에서 수억원대 도박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 내사 중이라고 밝히면서 해당 사건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경찰서장, 또 다른 프로야구 선수들 도박설 등 난무
검·경이 현재 수사중인 해외 원정 도박 사건과 관련해선 사실상 온갖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현직 경찰서장 연루설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원정도박 혐의자 중 공직자는 없다"며 "특정 간부를 지칭한 추가적인 오보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언론에 직접 대응했다.
이어 삼성 라이온즈 외에 다른 프로야구 선수들의 수억원대 마카오 원정 도박설에 대해서도 "(검찰은) 결국 증거로 수사를 해야한다. 증거 없이 풍문만으로는 수사하기 어렵다"며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대상도 (삼성 라이온즈 소속 선수) 2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이제 막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각종 루머가 나오면서 유명인들의 경우 피해가 클 것 같다"며 "수사를 빨리 마무리를 해야겠지만 아직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실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대상자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원정도박 뿌리 뽑아야”…사회적 책임 묻기도
법조계 안팎에선 사회적 책임이 있는 중견 기업인이나 유명 스포츠인이 폭력 조직과 연루돼 해외에서 원정도박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벌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견 기업인들의 경우 회삿돈을 도박에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해외 원정 도박은 국내 폭력 조직의 자금원이 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해외에 도박장을 개장하기 위해서는 고객유치부터 항공, 숙박, 도박장 안내역까지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도박하던 사람이 빚을 지게 되면 독촉하고 협박하는 등 뒤따르는 범죄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배팅 금액은 근로소득으로 벌려면 어렵다. 3억원씩 배팅한 사람도 드물지 않다"며 "기업활동으로 취득한 걸 도박에 사용하는 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해외 원정 도박의 경우 일명 '환치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사가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조속히 수사를 진행해 유명인들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며 "관련 계좌를 빠짐없이 수사해서 폭력 조직이 연루된 원정 도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