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내년 4월 실시되는 20대 총선이 2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출마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그간 국회를 떠나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내며 내년 총선일만 학수고대하며 권토중래를 고대하고 있는 여야 주요 후보자들과 함께 여러가지 이유로 '수성'을 위협받고 있는 인사들을 살펴본다.
◆권토중래(捲土重來) 가능할까?
내년 총선 최대 이슈 선거구 중의 하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맞붙는 대구 수성갑이다. 그의 이번 도전은 실패에 따른 재기가 아니라 경기지사를 수행하고 대권을 향한 교두보 확보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6년 5월 경기지사 당선 후 무려 10년만에 국회 복귀를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지사까지 두번이나 역임하고서도 새누리당 텃밭에 내려간다는 주변의 비판은 김부겸이라는 '강적'이 희석시키는 양상이다. 이 지역은 김 전 지사의 손쉬운 당선이 예측됐으나 최근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수도권과 같은 예측불허 지역으로 돌변하고 있다.
대구지역언론 '매일신문'과 TBC가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코리아'에 의뢰해 20일부터 22일까지 지역구민 700여명에게 유선전화 임의걸기(RDD)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6~3.9%p), 새누리당 김문수 43.6%,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43.9%로 초접전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에서 국회의원, 경기지사까지 다 하고 낙향한 김 전 지사로서는 '면'이 깎이는 결과다.
여권에서 또다른 관심 인물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국회 복귀 여부다.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의 원조 개혁소장파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재선 서울시장에도 성공했지만, 재선 도중 느닷없이 당 지도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부쳤다가 여권을 수렁으로 빠뜨린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여권 내 일부 인사들은 아직도 오 전 시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거물급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사그라드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오세훈이라는 상품성은 유효하다는 게 당 안팎의 현실이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정치 1번지 종로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이 지역은 박진 전 의원도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현재 종로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전 대표가 수성하고 있지만, 당내 혁신위에서는 정 전 대표를 비롯한 전 현직 당 대표들의 '험지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야당의 물갈이 폭과 범위에 따라 여당 역시 대진표를 다시 짤 공산이 크다. 종로에 여야의 전혀 의외의 인물들이 맞붙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원조 친박과 원외 친박 핵심의 국회 복귀 여부도 관심거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바 있는 '원조 친박' 이혜훈 전 의원은 4년만에 자신의 옛 지역구(서울 서초갑)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서초갑에서 재선을 했지만 4년 전 19대 공천 당시, 총선 궤멸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이 물갈이 이벤트 차원에서 강남3구 의원 전원 물갈이라는 방침에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강남3구 중 유일호 의원(현 국토부장관)만 유일하게 살아남아 기준이 뭐냐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원외 친박 핵심 인사인 이성헌 전 의원이 4년만에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이 지역은 새정치연합 우상호 현 의원과 숙명의 라이벌 싸움 지역구로 유명하다. 2004년 총선 때 우 의원이 탄핵 역풍을 등에 업고 당선됐지만, 2008년 총선은 이 의원이 가져갔다. 그러고선 또 4년뒤인 2012년 총선에서는 우 의원이 설욕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12년간 엎뒤치뒤치락 승부가 반복됐다.
특히 이 전 의원이 나이가 4살 많지만 우 의원과 함께 연세대 81학번 동기다. 이 전 의원은 학도호국단 총학생장을 지냈고 우 의원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청와대 정무특보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조윤선 전 의원의 국회 복귀도 주목거리다. 조 전 의원은 세화여고 출신이라는 이유에서 서울 서초갑 출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서울 종로, 양천갑 등 어느 지역으로 나올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 출신이라는 이유에서 어느 지역이든 화제 지역구에 전략 공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주 중국대사를 지낸 권영세(영등포을) 전 의원의 국회 복귀도 이슈다. 이 지역은 MBC 간판 앵커 출신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이 재선을 다짐하고 있다. 권 전 의원은 4년전 새누리당 총선 공천을 책임지는 사무총장 자리에서 앉아 있다가 총선에 낙선하는 유탄을 맞았다.
원조 소장파 정태근(서울 성북갑) 전 의원의 복귀 여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특히 정 전 의원은 여권 내 원조 소장파 출신으로 정두언 의원과 함께 내년 총선 이후 여권 혁신의 한 축을 담당할 인물이여서 정 전 의원의 복귀 여부에 따라 여권 내 역학구도 변화도 맞물려있다. 현재 이 지역은 새정치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수성하고 있다.
이밖에 진수희(서울 성동갑) 권택기(경북 안동) 안형환(서울 송파갑) 정옥임(서울 서초을) 정양석(서울 강북갑)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 인사들의 국회 복귀도 총선 이후 여권내 권력구도 변화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다.
야권에서 복귀를 노리는 거물급 인사로는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지방에서 칩거중인 손 전 대표의 경우 야권 내부에서 복귀 요청이 끊임없이 나오는 인물이다. 야권 주요 인물들이 차기 대선지지도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밀리면서 야권은 또다른 구심점으로 손 전 대표를 갈구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그러나 정계은퇴를 선언한 마당에 미동도 하지 않고 있어 그의 복귀여부는 외부변수 보다는 자기 자신에 달려있다는 해석이다.
정동영 전 대표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정 전 대표는 지난 4월 관악 재보선 패배 이후 야권에서는 그야말로 엑스맨이 된 분위기다. 특히 야권 후보단일화를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독자출마 했지만 3위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얻어, 앞으로 국회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대선주자급 정동영의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혁신위조차 정 전 대표의 복당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정치 훈수까지 둔 마당이여서 정 전 대표의 앞날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이밖에 지난해 김포 재보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김포 한강신도시 인구유입에 따라 분구되는 김포신도시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노 전 대표는 서울 노원병에서 재선에 성공했다가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 검사를 폭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이 지역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안 전 대표에게 노원병이 아닌 '험지 출마'를 요청했으나 안 전 대표는 이를 단칼에 거부했다. 노회찬 전 대표가 안방 탈환을 선언하며 내년 총선에 뛰어들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될 지역구가 바로 노원병이다.
이밖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출마 여부도 야권에서는 주요 볼거리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문재인 안철수 오거돈 '부산 트리오'가 나서서 부산에서 야권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시 한번 더(One More Time)
국회 복귀도 관심거리지만 현역 의원 중 '수성'이 관심거리인 현역 의원도 많다.
여권에서는 대표적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친박계가 주축이 돼 원내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린 소위 '유승민 테러' 사건 이후, 유 전 원내대표는 절치부심중에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노골적인 TK(대구경북) '나홀로 방문' 사건으로 유 전 원내대표의 시련은 '시즌2'에 돌입한 분위기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거 TK에 투입돼 '유승민 사단'을 철저히 깨 놓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유 전 원내대표가 수도권에 진출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원한 '복심' 이정현 최고위원의 호남 수성도 볼거리다. 이 최고위원(전남 순천시곡성군)은 지난 해 7월 재보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보수정당 최초로 호남에 깃발을 꽂았다. 이 최고위원이 호남을 기반으로 3선에 성공한다면 곧바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농반 진반의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밖에 정의화 국회의장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 임기 만료 후에는 정계를 은퇴한다는 관례를 깨고 총선 재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아직 그 진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정가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정 의장의 언급에 당장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난색을 표시했지만, 내년 총선 공천 회오리 속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하기 힘들다.
야권에서는 새정치연합 혁신위의 공천 배제 대상 선정 발표 이후, 해당 살생부에 오른 인사들의 수성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호남 맹주 박지원 의원의 수성 여부가 관심이다. 혁신위는 박 의원을 출마 원천 불가론자로 규정했지만 박 의원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어 새정치연합이 호락호락 '중진 용퇴론'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혁신위로부터 퇴짜를 맞은 조경태 의원과 이미 신당 깃발을 들고 나선 천정배 의원의 총선 성적표도 관심거리다.
이밖에도 문재인 대표의 부산 사상을 물러받은 '부산일보' 출신 비례대표 배재정 의원이 문 대표의 뒤를 이어 이 지역을 수성할 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