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전방위적으로 쏟아지는 재신임 철회 목소리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당내 중진들에 이어 김상곤 혁신위원장까지 나서 재신임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재신임 절차를 진행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철회 요구를 선뜻 수용하기도, 그렇다고 애써 외면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형국에 빠진듯 보인다.
문 대표는 18일 오전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박병석 의원을 만나 "재신임을 철회하고 당내 통합을 위해 힘써 달라"는 뜻을 전달받았다. “우리들의 권유를 무겁게 받아들여 달라”는 중진들의 요구에 문 대표는 “신중히 고려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재신임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날도 계속 이어졌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는 재신임의 다른 이름"이라며 "문 대표는 재신임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혁신위의 존재는 남다르다. 문 대표와 줄기차게 같은 방향을 보고 달려왔다. 그런 혁신위마저 재신임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문 대표측 핵심관계자는 "혁신위의 재신임 철회 요구는 충정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이날 창당 60주년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재신임 투표는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 우리 당의 단합과 화합을 위한 것"이라며 "다른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방안도 모색해보겠다"고 철회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같은 발언은 기존까지 유지해오던 재신임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표가 약속한 재신임 투표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이번 주말 안으로 구체적인 설계작업을 마쳐야 한다.
문 대표는 재신임을 묻는 시기를 추석 이전으로 못박았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전날 "추석은 차례상을 두고 민심이 만들어지는 그런 시기"라며 "그래서 항상 추석을 기점으로 정치도 변화하고, 변화를 위한 시도를 하게된다"며 시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당대표 재신임 투표 관리위원회 측 한 당직자는 "재신임 투표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은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재신임을 준비하는 작업은 실무의 문제라기 보다는 문 대표의 결심의 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관건은 명분이다. 문 대표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재신임 카드를 꺼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명분이 있어야만 철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측 핵심관계자는 "문 대표가 당의 단결과 화합을 위해 대표직을 걸었던만큼 한 번 꺼낸 칼을 집어 넣기 위해서는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빗발치는 재신임 철회 요구 속에서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거둘지, 아니면 계속 밀어부칠지 20일로 예정된 당무위-의원연석회의로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