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49·행정관) 경정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열린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에 대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공직기강 및 보안의 총괄 책임자인 공직기강비서관 신분으로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했다"며 "실정법 위반에 대한 책임이 상당히 크다"며 조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 등 혐의와 더불어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도 추가 기소된 박 경정에 대해서는 징역 10년과 추징금 9340여만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대통령기록물을 반출해 국가적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데다 금괴 등 1억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했음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죄질이 불량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다만 "청와대 문건이 언론사에게 유출된 것은 박 경정이 아닌 다른 경찰관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난 점, 일부 문건이 유출된 것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권의 요구에 따른 정치적인 수사"라며 "조 전 비서관의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는 대통령의 개인적인 지시에 의한 것으로 정당한 업무"라고 반박했다.
조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그러면서 "검찰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수사는 조 전 비서관을 대통령 친·인척의 위세를 업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파렴치한으로 낙인찍었다"며 "조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충성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경정 측 변호인도 "박 경정은 업무 참고용으로 문건을 출력한 것으로 사본에 불과하다"며 "박 경정이 출력한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되고, 이를 유출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논리 비약적이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박 경정 측 변호인은 이어 "검찰은 금품 공여자의 진술만으로 박 경정을 기소했다"며 "기억이 정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흥업소 업주란 직업 특성상 필요에 따라 기억을 조작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경정은 "객관적인 증거 자료, 엄격한 법리에 의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과 공모해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 17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경정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공무상 비밀 내용을 포함한 문건을 청와대에서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결과 이들이 유출한 문건엔 일명 '비선실세 의혹'의 발단이 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 경정은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서 근무하던 2007년 룸살롱 업주 오모씨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시가 2000만원대의 금괴 6개와 현금 5000만원 등 총 1억7000만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24일 박 경정이 임시로 옮겨놓은 청와대 문건 26건 등을 무단 복사해 최모(사망) 경위와 한화그룹 정보담당 직원에게 청와대 행정관 비리를 알려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모(45) 경위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