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시한부 선고를 받고 고통스럽게 삶을 연장해 가는 환자에게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11일(현지시간) 통과됐다.
캘리포니아 상원의회에서 찬성 23, 반대 14로 통과된 이 법안은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법안은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발효되며, 10년이 지나면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스스로 약을 먹을 수 있는 환자가 여러 번 서면으로 의사에게 안락사를 요청한 후 2명의 의사의 승인을 받아야 안락사가 허용된다. 안락사 전 과정은 2명의 증인이 지켜봐야 한다.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법안 처리에 나서게 된 것은 말기 뇌종양이 발견돼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브리타니 메이나드(29·여)의 존엄사가 발단이 됐다.
지난해 11월 메이나드는 자신이 살고 있던 캘리포니아에서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자 안락사를 위해 오리건주로 거주지를 옮겨 안락사를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리건주는 의사가 환자의 확실한 동의를 얻는 것을 전제로 '자살 마약(suicide drug)' 처방을 1994년부터 허용해오고 있으며, 750명 이상의 오리건 주민이 안락사를 선택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상원의회를 통과한 안락사법안에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서명을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것은 브라운 주지사가 예수회 신학대생 출신의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락사에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찬반 논란도 뜨럽다.
"안락사 법안은 늙고 약한 사람들을 세상 밖으로 쫓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테드 게인스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락사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법안이 죽음을 강요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아론 케리티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 의과대학 교수는 "저소득층과 건강보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병원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 가족들로부터 안락사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실제로 오리건주의 바바라 바그너라는 암환자는 보험회사가 치료비 지원은 해주지 않았으나 안락사에 드는 비용은 보험처리를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통스럽게 시한부 삶을 사는 환자들에게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는 것'이라며 찬성하는 목소리도 높다. "안락사법은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마크 레노 샌프란시스코 민주당 의원은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오리곤,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4개의 주에서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다. 올해만 미국 내 절반 이상의 주에서 안락사 관련법안을 제출했다. 안락사법의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미국 내에서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