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민비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일본 극우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이 10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모국을 위한 정치 퍼포먼스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유엔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며 익명의 유엔 직원과의 인터뷰, 그리고 미국 콜롬비아대학 교수 등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산케이는 지난 3일 반 총장의 중국 전승절 행사 방문이 유엔의 '중립성'에 어긋난다며 "한 유엔 고위 관리가 반 총장이 중국의 항일 기념행사에 참여한 것은 한국에서의 '정치적 야심'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인용 보도했다. 이어 "한국의 대통령직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반 총장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여가 한국 내에서 호의적으로 보도됐다"며 "이에 대해 유엔 고위 관리가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직을 모국에서의 '홍보'에 사실상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앤드류 네이슨 미국 콜롬비아대 정치학 교수도 반 총장의 행사 참석에 대해 "유엔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승자만이 아닌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창설되었다. 유엔이 전쟁의 한쪽의 기념행사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고 산케이는 밝혔다.
또한 열병식 참석에 대해서도 앤드류 교수는 "군사 퍼레이드는 고도로 정치화된 것으로 승리주의, 애국주의, 군사강대주의를 구현한 것이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나무랐어야 하며 고무할 것이 못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대 제롬 코헨 법학 교수도 "반 총장은 (베이징 체류 중에)중국의 대기 오염과 남중국해 분쟁, 사이버 공격, 인권 탄압이라는 문제들에 관해서, 공적으로 성명을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무총장으로서 자질에 의문을 나타냈다고 인용 보도했다.
산케이는 또한 "자국민 30만 명을 살해한 혐의로 유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를 받고 있는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들과 함께 반 총장이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한 것에 대한 의문이 유엔 내부 직원으로부터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산케이 신문의 취재단에 전승절 취재 신청을 불허한 바 있다. 이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를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민주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산케이는 지난달 31일 '미·중(美中) 양다리, 한국이 끊지 못하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사대주의' 행보"라며 "이씨 조선(조선시대)에 박 대통령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다"며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칭한 뒤 "민비는 암살됐다"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