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오토 페레스 몰리나 전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부패 스캔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6일 치러진 과테말라 대선에서 기성 정치인들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번 과테말라 대선에는 모두 14명의 후보가 난립해 혈전을 치렀는데 대부분은 페레스 몰리나 전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기 전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기성 정치인이었다.
정치인들의 부패 연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웠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은 선거 전까지만 해도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줄곧 여론조사 선두를 달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던 집권당 대선 후보 마뉴엘 발디손(44)이 3위로 처지면서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 못한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정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TV 코미디언 출신 지미 모랄레스(46)가 예상을 깨고 1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한 것도 기성 정치인들에 식상한 과테말라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모랄레스는 정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부패 척결과 투명성 제고를 약속하면서 광범위한 부패 확산에 좌절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 드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모랄레스는 24%의 득표율로 전체 1위를 차지하면서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결선 투표 진출이 확정됐다.
98%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전 퍼스트 레이디 출신인 산드라 토레스(59)가 19.7%의 득표율로 19.6% 득표에 그친 발디손을 3위로 밀어내고 모랄레스와 함께 결선 투표에 진출한 것도 예상을 뒤엎은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토레스와 발디손의 격차는 5000여표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의 개표 추세로 볼 때 이 같은 차이가 뒤집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마로퀸 대학 거버먼트 스쿨의 다니엘 해링 교수는 "발디손의 몰락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며 과테말라의 정치인들은 이제 유권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해야만 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