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면서 이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 활동 강화는 러시아가 시리아에 직접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부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크렘린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러시아 관측통들은 최근 러시아의 행동은 시리아에 병력을 파견해 이슬람국가(IS)와 전투를 벌임으로써 균열이 생긴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계획의 일환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푸틴의 생각은 러시아에 회의적인 미국에 받아들여지기 힘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일방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오히려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서방의 반(反) IS 연합전선에 가담함으로써 서방으로부터 몇 가지 중요한 양보를 얻어내기를 희망하고 있는지 모른다. 푸틴의 최대 목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초래된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고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냉각된 관계도 회복하는 것이다. 여기에 IS와의 싸움에 뛰어듦으로써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도 강화할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 여름 시리아와 이란이 힘을 합쳐 IS를 격퇴하게 해 시리아에 평화를 회복한다는 계획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자 러시아가 직접 시리아 내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 4일 러시아군이 IS와의 전투에 참여할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그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았다. 읿부 관측통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달 말 참석하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군의 시리아 배치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와 정치적·군사적으로 오랜 동맹관계를 맺어 왔으며 4년 넘게 지속되는 시리아 내전에서도 시리아군에 무기와 군사고문단을 지원하는 등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최대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두라흐만 소장은 지난 8월 중순 이후 다마스쿠스와 라카티아의 공항에서 러시아 군이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목격된 러시아 군이 전투 병력인지, 7월 이후 부쩍 늘어난 러시아의 시리아에의 무기 지원을 위한 수송병력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시리아에서의 러시아 군사 활동이 내전을 격화시키고 무고한 인명 손실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난민 숫자도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관리들은 러시아 군 수송기의 시리아로의 비행에 대한 영공 통과 승인 요청이 부쩍 증가했다며 이 군 수송기들에 무엇이 실렸는지 비행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그리스 외교부의 콘스탄티노스 쿠트라스 대변인은 그리스가 러시아에 허가한 9월1일부터 24일 사이의 영공 통과 승인 취소를 미국이 그리스에 요청했다고 밝히고 그리스 정부는 이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직접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리아 내전의 경우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러시아가 전투병력을 보내 러시아 군인의 희생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세르게이 카라가노프 외교·국방정책위원회 창립자 및 이고르 코로첸코 내셔널 디펜스지 편집장 등)도 있는 반면 국제사회에서 점점 더 고립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반 IS 전선 가담을 통해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 한다는 분석(알렉산더 골츠 군사 분석가 및 파벨 펠겐하우어 군사·안보 문제 전문가 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카네기 재단의 중동 전문가 알렉세이 말라셴코는 미국과의 사전 합의 없이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말라셴코는 또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아픈 기럭을 갖고 있는 러시아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며 IS와의 전투에 참여하는 것이 러시아 내에서 IS의 보복 테러 공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시리아에 군사개입하는 것에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말라셴코는 그러나 푸틴은 매우 감정적인 인물로 그의 행동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7일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휴전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제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끝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올랑드는 또 이달 말 우크라이나 상황을 논의하기 위한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4자회담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