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독일과 프랑스가 '난민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연합(EU)의 28개 회원국에 16만 명의 강제 할당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난민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기존(4만 명)보다 4배 더 많은 난민을 끌어안을 것을 제안하고 프랑스가 강력한 지지를 보내면서 EU 집행부도 새로운 난민 분배 시스템을 수립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오는 9일까지 28개 회원국 중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를 제외한 25개국에 난민 16만 명을 의무적으로 수용시키는 계획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럽 전역의 국경에서 혼란과 고통의 난민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역시 난민할당 압박을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아일랜드는 EU의 난민 할당을 수용키로 한 상태다.
한동안 해결 기미가 안 보이던 난민 사태에 대해 유럽이 전향적으로 나선 건 독일과 프랑스의 역할이 컸다.
두 나라는 수 주동안 난민 위기 사태에 대해 EU 차원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며 난민 문제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프랑스는 핵심 이슈인 구속력 있는 난민 할당에 대해 처음에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프랑수아 올랑드 올랑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의 난민 강제 분배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달 말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EU 회원국들에게 난민 분산을 수용하고 공통된 망명 허용 기준을 세울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스위스를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는 3일 현지에서 독일과 프랑스 양국이 난민 문제와 관련해 공동 플랫폼에 합의했다고 발표했고, 올랑드 대통령은 난민 수용 문제를 "영구적이고 의무적으로 다루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엘리제궁도 "올랑드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3일 유럽의 난민 수용 조직과 공정한 분배를 위한 공동 제안을 (EU에)전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U 내에서 입김이 센 독일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함께 난민 강제 할당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EU 전체 회원국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4만 명의 난민 할당을 제안했을 때 대부분 회원국의 정상들은 3만2000명만 받겠다며 사실상 난민 분배를 거부했다. 특히 스페인과 동유럽이 강하게 반발했다. 동유럽 4개국의총리들은 16만 명의 난민 할당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4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U 회원국의 내무장관들이 난민 위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14일 여는 임시회의에서는 할당 규모를 놓고 각국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쿼터제는 난민들을 위한 초대장"이라며 "오히려 중동, 아프리카의 난민들을 유럽으로 더 많이 유입시킬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폴란드, 리투아니아가 난민 할당에 우호적인 데다 독일의 압력에 못이겨 동유럽의 나머지 4개국도 강제 할당을 전면 거부하긴 힘들 것으로 가디언은 전망했다.
난민 사태에 대한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는 '현장'의 분위기가 정치적 반응에 영향을 줄 경우 의외로 해법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지난 6월만 해도 난민 쿼터제를 반대했지만, EU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최근에는 EU가 최소 1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는데 동의해야 한다며 입장을 180도 바꿨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EU는 난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확실히 있다"며 "미국은 인도 주의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문 기술이나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