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오스트리아 동부의 한 간선도로에서 27일(현지시간) 트럭 안에 부패한 채 작게는 20구 많게는 50구의 난민 시신이 발견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유럽 난민 사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스트리아 경찰의 헬무트 마르반 대변인은 이날 아이젠슈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빈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마을 판도르프 인근에 멈춰 선 이 트럭을 발견했고 처음엔 트럭에 기계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트럭 화물칸에서 혈액이 떨어진 것을 발견했고 시신이 부패한 냄새가 나 트럭에 생존자가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헝가리 경찰의 정보에 따르면 이 트럭은 전날 부다페스트 동부를 지나 밤새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시신의 상태로 보면 트럭이 오스트리아로 오기 전 난민들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트럭은 슬로바키아에서 닭고기를 판매하는 애그로퍼트 홀딩스의 자회사 하이자가 보유했었다. 이에 애그로퍼트 홀딩스는 이날 성명에서 2014년 이 트럭을 팔았다며 이 트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바뀐 트럭 소유자들은 트럭에 있는 하이자의 로고를 지우지 않았다.
올해 수많은 난민이 목숨을 걸고 서유럽으로 더 나은 삶과 피난을 위해 밀입국을 시도하는 가운데 벌어진 이 트럭 사건은 가장 비극적 사건 중 하나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빈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서 “이 끔찍한 사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정상회담 참석자들은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해 1분 간 묵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으로 유럽 정상들이 이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연대감을 느끼고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들이 중동 내전을 피해 유럽 해안으로 부서지기 쉬운 배에 과다 탑승한 채 밀입국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서부 발칸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밀입국하는 경로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부다페스트와 빈을 잇는 간선도로에서 난민들이 숨진 트럭이 발견되면서 이 경로도 난민들에게 안전한 밀입국 경로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수많은 난민이 밀입국 알선업자들의 도움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EU 회원국에 가서 망명을 신청하기 위해 그리스 국경을 넘고 있다. 밀입국 알선업자들은 1인당 수천 달러의 돈을 받고 트럭과 승합차에 난민을 몸을 움직이거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도 많이 실어 보내고 있다.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오스트리아 경찰은 트럭에 있는 난민들이 숨진 이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부르겐란트주(州) 경찰국의 한스 피터 도스코질 국장은 이날 “시신이 부패해 피해자 신원과 정확한 사망자 수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적게는 20구, 또는 30구, 40구 많게는 50구의 시신이 트럭 안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은 트럭을 헝가리 국경 인근 냉방 시설로 옮겼으며 트럭 내부 온도가 내려가면 시신들을 꺼낸 뒤 빈에서 시신에 대한 부검이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