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중국 증시 폭락에 이어 위안화 평가절하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세계 명품 패션 브랜드들의 큰손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쇼핑객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 쇼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던 홍콩 백화점들이 중국 증시 폭락 후 때아닌 불황을 맞고 있다.
홍콩 타임스스퀘어에 입점해 있는 명품 브랜드인 까르띠에, 구찌, 버버리 등의 매장은 한산하고, 대부분의 명품 매장은 도서관처럼 조용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샤넬 가방과 에르메스 스카프를 찾는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홍콩의 백화점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중국 증시 폭락 후 썰렁해졌다고 NYT는 전했다.
타임스스퀘어에 입점해 있는 샤넬 매장의 한 직원은 여느 때와 같이 "매장으로 입장하시기 전 줄을 서 주세요"라고 외쳐보지만, 이미 매장에서는 파리를 날리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명품 시장은 이미 중국의 경기 둔화 및 중국 당국의 명품 선물 금지에 매출 하락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의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 명품 시장 추락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매출액이 전 세계 명품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품 업계의 매출 감소에 대한 공포심은 명품 업계의 중국 소비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유럽 최대 투자사 중 한 곳인 엑산 비앤피 파리바(Exane BNP Paribas)에 따르면, 버버리 매출의 25%, 프라다 매출의 20%가 중국 현지 매출이다. 명품 시계 브랜드인 오메가, 해리 윈스턴을 생산하는 스와치 그룹과 프랑스 명품 의류인 발망의 중국, 홍콩, 마카오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35%를 차지한다.
중국 관광객들이 해외에서 사들이는 명품 매출액까지 집계하면 전 세계 명품 매출액에서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엄청날 것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그것은 해외 명품 가격이 중국의 상하이나 베이징 등지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베인엔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의 절반 가까이가 해외에서 이뤄진다.
중국은 지난 10년 간 두 자릿수 성장률로 급성장하면서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도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는 1% 줄어든 18조 달러를 기록했다고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밝혔다.
중국 당국이 향후 보다 강력한 위안화 절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명품 시장에도 먹구름도 짙어지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1일 3일 연속으로 위안화를 대대적으로 평가절하했다.
"중국 고객들이 수입의 동력인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자산정보업체인 웰스엑스(Wealth-X)의 대표는 밝혔다.
"중국 고객들이 명품 브랜드 업체에 중요할까?"라는 질문에 그는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향후 몇 년 동안에도 중국 소비자들이 명품 소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중국인들은 가격 부담을 느껴 명품 소비가 줄어들게 될 뿐만 아니라, 밀라노나 뉴욕 등지에서의 해외 여행도 감소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그러나 엇갈리는 의견도 있다.
루카 솔카 엑산BNP파리바 대표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를 5% 절하해도 버버리, 에르메스, 프라다, 루이비통 등을 포함한 세계 명품 브랜드 매출액 감소가 1% 미만에 불과하다. 위안화 가치를 20% 절하해도 명품 브랜드 매출액 감소는 5%에 그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시장은 종종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솔카는 평가했다. "중국발 증시 등의 문제는 금융의 문제이지 실물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커진다고 해도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솔카 대표의 설명이다.
상하이에 위치한 포천 캐릭터 인스티튜트 연구소 대표인 쩌우팅의 명품 시장에 대한 전망도 엇갈렸다. 그는 중국 증시 불안과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명품 투어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명품을 사러 해외로 간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중국의 높은 관세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정도의 위안화 절하로 중국 쇼핑객들의 명품 투어를 막을 수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베이징에 위치한 한 쇼핑몰의 랑방, 베르사체, 베라왕 등의 매장 몇몇 직원들은 최근 쇼핑객이 감소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NYT는 보도했다.
또한 위안화 절하는 오히려 중국에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명품 업계에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중국에 대부분의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명품 가방 브랜드인 코치와 같은 경우를 예로 들면, 위안화가 절하되면서 중국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 부담이 줄어들면서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향후 중국인들이 명품 소비는 세계 화폐 시장의 움직임과 중국 경제 회복에 달려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과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 12개월 동안 위안화 대비 10%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등 자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었다. 반면 달러 강세화로 인해, 미국을 찾는 중국인들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