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유령회사를 설립해 20대 청년 구직자들을 허위 취업시킨 뒤 금융정보를 빼돌려 중국 범죄조직에게 공급한 전자금융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구직자들로부터 편취한 계좌 221개를 이용해 25억여원의 피해액을 발생시킨 황모(28)씨 등 7명을 검거, 이중 황씨 등 3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인터넷에 허위 구인광고를 올려 백모(23)씨 등 구직자 221명으로부터 받은 계좌를 범죄조직에 넘겨 스미싱, 파밍, 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범죄에 악용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 일당은 중국 산동성 청도시 내 임대아파트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베스트OO예술' '코치OO디자인' '글로벌세계OO무역' 등의 유령회사 상호로 구인광고를 게재, 구직자를 모집했다.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한 백씨 등 피해자 221명에게 급여통장 및 출입카드 등의 명목으로 계좌번호를 입수했다.
221명의 계좌 명의자는 남성 122명(55.2%), 여성 99명(44.8%)이었다. 또 대다수 피해자가 취업준비생인 20대(219명 99.1%)였으며 나머지는 10대였다.
경찰 조사결과 해당 계좌들은 전국 114개 경찰서에 파밍·보이스피싱· 조건만남 사기 등 233건의 사건에 연루돼있었다.
황씨 일당은 중국에서 대포계좌를 관리, 모집하면서 각종 사기 범죄에서 인출 성공 시 총액의 10% 또는 계좌 1개당 50~60만원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활동하고 국내에는 조선족 인출책과 대포계좌 전달책을 따로 두는 방식이다.
특히 중국에서 활동한 황씨 등 5명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중국에서 대포통장 거래를 하면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구직사이트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점프' 서비스를 이용해 유령 구인광고가 계속 사이트 상단에 배치되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구직자들에게는 담당자는 따로 있고 이들을 돕는 단순 보조차원의 업무를 하며 일당은 9만원이라고 소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구인광고를 올리는 기업정보에 대한 검증절차를 명확히 하는 등 운영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일부 구직사이트는 기업회원 가입 시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지 않으며 사업자명과 사업자등록번호가 불일치하더라도 회원가입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방문자의 조회건수가 아닌 기업회원의 광고비용 지불만으로도 허위 구인광고가 사이트 상단에 배치된다는 점이 악용되고 있다”며“취업준비생들이 구직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도록 사이트 운영자의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검거된 피의자들을 통해 대포계좌를 공급받아 온 중국 소재 전자금융사기 범죄조직들에 대해서도 국제공조 및 추적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