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됐던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남부구치소 수감 당시 인하대병원 의료진의 방문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소속 변호사를 신청인으로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돼 남부구치소에 수감됐던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인하대병원 의료진의 방문 진료 당시 대한항공 소속 A변호사가 진료 신청인으로 동석했다.
A변호사는 당시 변호인의 형사피고인에 대한 접견·수진권 및 구속피고인의 법률 범위 내 접견·수진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34조와 89조를 근거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외부 의료진 진료 신청을 했다.
형사소송법 34조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가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변호사는 이후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항공기 항로변경 혐의 등 형사재판 1, 2심 과정엔 관여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변호사인 셈이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형사재판 1, 2심은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사들이 담당했지만, 이들은 남부구치소에 인하대병원 의료진이 방문해 진료할 당시엔 동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 측이 외부 의료진 진료를 받기 위해 형사재판을 직접 담당하지도 않는 대한항공 소속 변호사를 내세워 진료를 허가 받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정기관이 구속 피고인의 접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면을 이용해 대한항공 소속 변호사를 형식적으로 진료에 동석시켰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이 부사장직에서 물러나 공식적으로 대한항공과 관련이 없어진 상황에서 대한항공 소속 변호사를 진료 과정에 대동시킨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땅콩 회항'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대한항공 및 계열사와 관련된 모든 보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조 전 부사장은 현재 부사장직을 내려놓은 분이기 때문에 대한항공 측에서 (외부 의료진 진료 및 대한항공 소속 변호사 동석 등에 관해) 확인하거나 해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기관 수감자가 외부 의료진의 방문 진료를 받는 일 자체는 이례적인 경우는 아니다. 전국 구치소·교도소 등 교정기관 수용자의 외래의사 초빙 진료 건수는 2012년 4만846건, 2013년 4만3768건을 비롯해 지난해 3만9376건, 올해 상반기 2만342건 등 연평균 3만~4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