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 국무부가 역사적인 이란 핵협상 합의안을 19일(현지시간) 의회로 송부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20일부터 60일 간 이란 핵 합의문을 검토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기간에는 이란 제재를 유예하거나 낮추기 위한 행정부 차원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미 의회는 이번 합의안을 거부, 경제제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의회가 60일 간 논의 끝에 승인을 하지 않으면 합의안은 물거품이 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의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출연해 "만약 의회가 이를 부결하면 우리는 사찰도, 제재도, 협상 능력도 갖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만약 미국이 자의적으로, 독자적으로 합의안을 부결하면 미국은 이제 또 다른 협상을 할 수 없게 되며 이란은 이번 합의가 막으려는 바로 그 일(핵무기 개발)을 자유롭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이날 같은 프로그램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잘못된 합의로 국가안보가 포기되고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해제돼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는 등 공화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의회 승인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앞서 공화당 1인자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이 협정은 이란을 대담하게 만들고 핵무기 경쟁을 촉발시킬 뿐"이라며 "이 합의를 매우 세심하게 구석구석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점검을 예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이례적으로 앤드루스 공군기지 골프장에서 민주당 하원 의원들과 골프를 쳤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점에 미뤄, 집안 단속 차원으로 해석된다.
‘전미이란계미국인협의회’(NIAC)는 지난주 뉴욕 타임스에 전면광고를 내고 “전쟁 대신 평화를 원하는 수천만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사장시킬 수는 없다”며 의회를 압박했다. 이밖에도 ‘전쟁 없는 승리’(Win Without War)를 비롯한 미국 내 10여 개의 진보단체는 온라인에서 이란 핵합의 지지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또한 현재 이란 핵 협상에 참여했던 동맹국들에 로비를 통해 협정안을 의회에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현재 이란과의 핵 협상은 끝났으며, 이는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하며 이란이 최대한 핵 협정안을 지지한다.
핵협상안 반대편의 로비도 대대적이다.
미국 주재 론 더머 이스라엘 대사는 지난주부터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접촉하며 이스라엘 정부 입장을 대변해 이번 핵합의가 ‘역사적 실수’임을 알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 핵협정에 큰 반대를 나타냈다. 베냐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은 이번 협의안 덕분에 자국의 핵 원자력 중 많은 부분을 지키게 되었다고 합의안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강대국들을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유명한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최근 ‘핵없는 이란을 위한 시민들’(CNFI)을 결성하고, 이란 핵합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광고를 TV와 인터넷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엄청난 오일머니를 보유한 수니파 국가들도 이번 협상안에 비판적이어서 어떤 경로로든 부결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60일 간 또 다시 미 의회의 시험대에 올랐다. 미 의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전체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자가 필요하다. 현재 하원 246명, 상원 54명인 공화당에 민주당 내 핵 협상 반대 세력이 가세한다면 핵 협상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결국 민주당 내 ‘반란표' 정도가 합의안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