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아직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았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이 표출되고 있어 실제로 구제금융이 집행되기까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18일(현지시간) AFP가 보도했다.
3차 구제금융 협상의 주체들인 그리스, 독일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금융 지원을 놓고 여러 차례 이견을 표출했다. 따라서 3차 구제금융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부채탕감 및 만기연장 등의 채무 재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리스는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2010년 4월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1차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2012년 3월 1000억 유로 규모의 채무탕감과 2차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리스 긴축안 비판적인 시각 여전
마라톤협상 끝에 13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개혁안이 도출됐다. 이날 브뤼셀에서 합의된 개혁안은 그리스 국민투표에 부쳐진 긴축안보다 더 가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리스가 재정주권을 박탈당한 '경제 신탁통치'를 받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개혁안에 서명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합의안 내용이 비이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치명적인 디폴트에 빠지지 않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도 긴축안의 그리스 의회 표결을 앞두고 "우리가 옳은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다"며 "확실한 건 다른 방안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의원들에게 "3차 구제금융안은 모든 당사자에게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리스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 및 최후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긴축안이 독일 의회를 통과했지만 독일에서는 한시적인 그렉시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그리스 사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새 구제금융안은 파탄이 난 그리스 재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그리스의 한시적 유로존 탈퇴를 거론해 그리스인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리스 부채 탕감 주장한 IMF
IMF는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과 관련해 탕감 필요성을 주장했다. IMF는 그리스 채무 탕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구제금융에 불참하겠다며 유로존을 압박하고 있다. IMF는 지난 13일 유로존에 배포한 보고서에서 "그리스는 부채가 너무 많아 경제 안정화는 물론 채무를 모두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은 IMF가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하는 것은 그리스의 문제점만 지적한 채 부채 탕감 불가를 강조한 유로존 채권단과 독일에 대한 비판적인 국제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IMF는 지난달 26일에도 유사한 보고서를 만들어 유로존에 보냈다. IMF가 그리스 부채에 대한 탕감을 굽히지 않는 것은 '최대주주'인 미국의 압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도 그렉시트의 위험을 경고하며 유로존 국가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였다.
미국으로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서 남유럽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조치에 반발, 러시아에 도움을 청할 경우 서방에 대한 안보위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