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그는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 94살의 노인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
‘아우슈비츠의 피해자’가 ‘아우슈비츠의 회계원’을 용서하며 포옹을 나눠 화제가 되고 있다고 WITHTV10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뤼네부르크 법정이 과거 나치 정권 시절 집단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서 30만 명의 학살에 공조한 혐의로 기소된 전 나치 친위대원(SS) 오스카 그뢰닝(94)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아우슈비츠의 회계원'이란 별칭을 가진 그뢰닝은 과거 나치정권 때 집단수용소인 아우슈비츠 경비원으로서 30만 명의 학살을 방조한 혐의로 이번 형벌을 받게 되었다.
그뢰닝은 앞서 평결을 앞두고 뤼네부르크 법정에서 마지막 진술을 통해 "아우슈비츠는 어느 누구도 협력해야 할 곳이 아니었다"면서 "그 사실을 좀 더 일찍이 깨달아 단호하게 변화시키지 못한 것을 진정으로 뉘우친다"고 말했었다.
미국 인디애나주, 테레 호트에서 온 에바 코르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그는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며 처벌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에바 코르는 아우슈비츠 생존자 중 한 명으로써 그뢰닝의 재판에 참석했다.
코르는 그뢰닝이 오래 전 감옥에서 복역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그뢰닝의 잘못이 아니라, 전 나치 친위대원을 더 빨리 잡지 못한 독일 정부의 탓이라 말했다.
코르는 또한 그뢰닝이 지금 감옥에서 복역하는 것보다, 독일의 젊은 층들에게 나치의 과거 범법, 비도적 행위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더욱 좋은 복역 방법일 것이라 말했다.
코르는 “이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인 내가 할 수 없는 봉사 활동이다. 나는 신(新)나치주의자들을 설득할 수 없지만, 그들은 아우슈비츠의 전 나치 경비원의 말은 진지하게 들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진심으로 용서한다”고 말한 코르는 그뢰닝과 재판 도중 진심어린 포옹을 나눴다. 둘의 포옹 사진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포옹에 대해 “아우슈비츠에서 있었던 일들의 정반대를 표현하는 인간의 몸짓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코르는 독일 법원의 판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녀는 “독일 법원은 물론 옳은 결정을 했지만, 굳이 나이 94살의 그뢰닝에게 형을 주어 전 세계에게 독일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뢰닝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헀을 때, 그가 실제로 형량을 이행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뢰닝의 국선 변호인은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피고, 피해자 측에는 일주일 간의 항소 기간이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