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출범 7개월 동안정옥근(63)·황기철(58) 전 해군참모총장과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을 비롯해 모두 63명(구속 47명, 불구속 16명)을 기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사 중인 대상도 41명에 달한다.
합수단은 그동안 모두 12건의 방산비리사건을 수사했다. 비리 사업 규모는 총 9809억원에 달한다. 해군이 8402억원으로 비리 규모가 가장 컸다. 공군은 1344억원, 육군은 45억원, 방사청은 18억원 규모 비리가 적발됐다. 합수단 수사로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 불량 방탄복 납품 비리,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방산비리 합수단은 1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을 포함해 모두 63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중 전·현직 장성급은 10명, 영관급은 27명이 기소됐다. 범행이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난 뒤 수사가 이뤄지다 보니 대체로 예비역이 더 많았다. 방사청 직원은 전·현직이 각각 1명씩 기소됐다. 군별로는 해군이 28명으로 가장 많았다. 공군이 6명, 육군이 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죄명별로는 문서 관련 범죄가 25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정 장비 납품 업체에 편의를 주기 위해 시험평가서 등을 위조·변조한 사례가 여기에 포함된다. 사기 등 재산범죄와 뇌물수수·공여가 각각 23건, 21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 군사 기밀 관련 범죄가 7건, 알선수재가 4건, 기타 범죄가 6건으로 집계됐다.
합수단 수사 결과 방위사업 비리는 공소시효 기간인 5~10년 전이나 그 이전부터 꾸준히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무기와 관련된 비리는 소요 결정부터 계약 체결, 납품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고, 범행 역시 장기간에 걸친다는 특성을 보였다.
방위사업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비리가 일어난 점도 특징이다. 방탄복·소총 등 개인 장비부터 잠수함과 해상작전헬기 등 대형 장비·무기, EWTS와 같은 첨단 무기까지 전 사업에 걸쳐 비리가 발생했다. 특히 무기도입 관련 범죄의 경우 '소요 결정→제안요청서 작성→제안서 평가→시험 평가→가격 협상→기종 결정→납품'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비리가 발생한 점이 드러났다.
합수단은 이 같은 비리의 원인으로 방위사업 절차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 시스템이 미흡한 점을 꼽았다. 무기구매 예산이 2005년 7조원 수준에서 10년만에 11조원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방위사업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 하지만 방위사업 자체가 군사기밀과 연관돼 정보 접근이 제한되고, 전문성을 띠고 있어 효과적인 감시·감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방위사업 관리감독과 인허가, 예산 집행, 계약 등 대부분의 권한이 집중된 방사청마저 제대로 된 통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합수단은 지적했다. 이들은 사업 당사자들과 자주 접촉해 비리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방사청에 파견된 군인의 경우 원래 속한 군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기무사와 국방기술품질원 등 비리를 예방하려고 만든 기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합수단은 지적했다.
예비역들이 무기중개 업체나 방산 업체 고문·임직원으로 활동하며 현직 군인을 상대로 로비하거나, 인사 문제 해결과 취업 알선, 금품 수수 등을 매개로 유착하는 것도 비리 원인으로 분석됐다.
합수단 관계자는 "비리 혐의자 처벌에 그치지 않고 비리 발생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제도적 문제점을 찾아내 방위사업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합수단 구성원들의 파견 기간을 당초 6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연장한 만큼 강력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월21일 출범한 합수단에는 검찰과 경찰, 국방부,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7개 기관에서 모두 117명이 참여하고 있다. 감사원에서 적발한 방위사업 비리 자료도 합수단 수사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