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영국이 소프트 파워(soft power·연성권력)가 가장 강한 나라로 평가된 반면 중국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소프트 파워는 물리적 힘으로 표현되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대조적인 개념으로 강제력보다는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컨대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과 같은 전통적인 도구 대신 긍정적인 매력과 설득을 사용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하드 파워에서 소프트 파워를 중심으로 한 연성국가의 시대를 강조하는 의미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조지프 나이가 용어를 개발했다.
영국을 거점으로 한 컨설팅회사 '포틀랜드'는 주요 국가 50개국을 대상으로 정부, 교육, 문화, 기업활동, 외교, 디지털 등 6개 부문에 대한 평가와 여론조사에 의한 순위를 종합해 소프트 파워 순위를 매기고 이 중 상위 30개국만 결과를 공개한다.
14일(현지시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영국이 75.61점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로 평가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경제 규모가 영국의 4배에 달하고 인구는 20배 많으며, 면적은 40배 더 크지만 40.85점으로 지수가 공개된 국가들 중에는 최하위인 30위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은 외교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영국인들은 어떤 국가든지 비자 없이 174개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영국은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다자 기구에 대한 영구적인 임무를 위해 가장 많은 수의 외교관을 채용하고 있다.
영국은 문화의 힘(cultural power)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록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문화유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29곳은 상당히 평범해 보이지만 영국은 다른 나라보다 국제적으로 더 많은 상위권 차트의 음악 앨범을 만들어 낸다.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 리그)도 외국인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한다.
영국은 교육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국의 대학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엄청난 숫자의 외국인 학생을 유치했다.
다만 영국은 기업 평가에서는 가장 덜 선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주로 연구개발(R&D)에 국내총생산(GDP)의 미약한 1.7%를 지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경우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가장 많은 4%라고 비교했다.
국가경영(governance)의 질은 보통 수준으로 간주됐다. 일정 부분은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넓은 성별 격차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비민주적인 중국은 거버넌스 부문에서 '침몰' 수준으로 분류했다. 중국은 웹(web) 접근을 제한해 디지털 소프트파워도 최하위였다.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인 스타로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꼽혔다. 모디 총리는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에 비해 페이스북의 코멘트나 공유, 찬성(thumbs-up)이 두 배 많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은 오래 전에 하드파워를 포기했다"며 "지금은 소프트파워로 견디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이어 독일(73.89점), 미국(73.68점), 프랑스(73.64점), 캐나다(71.71점)가 2~5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랭크됐다.
한국은 20위(54.32점)로 디지털 6위, 문화 13위, 기업 활동 6위, 외교 19위, 교육 9위, 정부 18위 등을 기록했지만 여론조사에서 28위로 밀리면서 전체 순위에서 20위에 머물렀다.
8위를 기록한 일본(66.86점)은 디지털 11위, 문화 12위, 기업활동 3위, 외교 9위, 교육 4위, 정부 21위 등이었고 여론조사는 10위였다.
'꼴등'을 기록한 중국은 디지털 30위, 문화 9위, 기업활동 24위, 외교 10위, 교육 16위, 정부 30위였고 여론조사에서는 29위였다.
한·중·일 세 나라를 비교해보면 디지털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기업활동에서는 일본이 가장 앞섰다. 반면 중국은 디지털과 정부 부문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포틀랜드는 "한국은 문화와 창조산업에 아주 많이 투자하고 있으며 가전 강국"이라며 K팝(K-Pop)과 삼성, LG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어 "한국은 주요 국제 네트워크에서 더 큰 선수가 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지난 30년 간 한국의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21세기 한국은 아시가 국가 중 일찍이 소프트 파워를 채택했으며 미래에 (이 지수에서)가장 흥미로운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