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회항'의 당사자인 승무원 김도희씨가 미국 뉴욕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을 각하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질적 재판관할권이 한국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14일 "오늘 새벽(한국시간) 미국 법률대리인(메이어브라운)을 통해 이번 소송은 관할법상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관할 항변' 취지를 담은 서면(motion to dismiss)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소송 각하'만을 요구했을 뿐 항공기 내에서의 폭언·폭행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반박은 하지 않았다. 뉴욕법원은 본안소송 전 재판관할권을 먼저 따져 이번 사건의 각하 여부를 결정한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김씨 법률대리인에게 각하 요청에 대한 답변을 오는 29일까지 법원에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뉴욕법원은 양측 입장을 모두 수렴한 후 판단을 내리게 된다. 권할권 판결은 통상 3~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사건이 뉴욕공항에서 발생해 뉴욕 법원에 형식적 관할권이 있지만 재판상 불편함이 많기 때문에 '불편한 법정의 원칙(forum non conveniens rule)'에 따라 각하하고 한국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독 해달라는 입장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사건 당사자와 증인이 모두 한국인이고 수사와 조사가 한국에서 이뤄져 관련 자료가 모두 한국어로 작성돼 있는 등 미국에서 재판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며 "김씨가 한국 법원에서 민사·노동법상 배상받는데 제한이 없는 만큼 한국에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대한항공과 체결한 근로계약서상 서울남부지법을 통해 관련 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점도 조 전 부사장 측이 제시한 이유 중 하나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김씨가 더 많은 배상금과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법원을 고르는 이른바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을 한 만큼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자적했다. 김씨는 청구 금액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만 허용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조 전 부사장 측 법률대리인은 "의견서에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내용은 없다"면서도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판정이 나더라도 한국 법체계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실제 집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은 미국 대형 법무법인인 '메이어브라운'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특별검사팀 일원인 리처드 벤-베니스테 변호사가 법률대리인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마카다미아를 조 전 부사장에게 제공했다가 폭언과 폭행을 당한 당사자다. 지난 3월 "조 전 부사장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해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미국 뉴욕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박창진 사무장도 미국 뉴욕에서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5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무장은 최근 땅콩회항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를 이유로 산업재해를 인정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