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그렉시트)이냐 구제금융 추가 지원을 통한 그리스의 막판 회생이냐? 그리스의 미래와 유럽 단일통화 유로의 미래를 결정할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6시)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됐다.
이번 회담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추가 지원을 통해 그렉시트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상임의장은 이날로 예정됐던 EU 28개국 정상회담을 취소했다고 밝히면서 대신 그리스 사태 해법 마련에 좀더 집중하기 위해 유로존 19개 회원국 정상들만의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면서 정상들은 그리스 문제에 대한 결론이 도충될 때까지 회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이날 새벽 9시간에 걸친 하루 전의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을 마친 뒤 "협상은 여전히 애우 어렵지만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제시한 것보다도 약한 내용의 개혁안을 그리스 국민들이 거부한 때문이다. 국민들의 거센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 치프라스 총리가 자신이 제시한 개혁안을 제대로 실현에 옮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상당수 재무장관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회의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리스가 약속한 개혁들을 반드시 행동에 옮길 것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돼야 하는데 그리스의 제안에는 이러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좀더 구속력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무장관 회의가 재개되기는 했지만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에 대한 신뢰 여부가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해 그리스가 제시한 개혁 약속을 정말 그리스가 이행에 옮길 것으로 믿을 수 있는지가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최대 요인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사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제시한 개혁안은 당초 채권단이 제시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재정적자 삭감 등 더 강력한 긴축 내용을 담고 있어 그리스가 제시한 개혁안만으로도 사실상 채권단과 그리스 간 의견 차이는 대부분 좁혀졌다고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그리스가 2주일이나 계속되고 있는 은행 영업 중단과 현금 인출 제한 등 금융 파탄 속에 마지 못해 내놓은 개혁안일 뿐 이를 실제로 이행에 옮길 수 있겠느냐는 의심만 극복할 수 있다면 구제금융의 추가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할 수 있다.
그리스에 대한 신뢰 문제 외에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은 그리스가 요청한 3차 구제금융의 규모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으로 535억 유로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요구하고 있는 채무 탕감을 감안하면 실제 지원액은 74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580억 유로가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에서 지원돼야 한다. 나머지 160억 유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담당하게 된다.
이때문에 구제금융 추가 지원을 둘러싸고 유로존 진영 내 의견 대립이 더욱 분명해졌다. 핀란드는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데 대해 명백한 반대를 분명히 했지만 이탈리아는 어떻게든 타협을 이뤄내 유럽의 통합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이 그리스의 미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로화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약속에만 의존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12일까지 그리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회원 자격을 5년 간 한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안을 수립해 놓았다고 한 독일 언론은 전했다. 이는 사실상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이라고 할 수 있지만 퇴출이라는 표현을 피하기 위한 위장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