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12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회의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한 후 "협상은 여전히 애우 어렵지만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회의 시작 전 기오르고스 스타타키스 그리스 경제장관은 "그리스 정부는 진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제시한 것보다도 약한 내용의 개혁안을 그리스 국민들이 거부한 때문이다. 국민들의 거센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 치프라스 총리가 자신이 제시한 개혁안을 제대로 실현에 옮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상당수 재무장관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회의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리스가 약속한 개혁들을 반드시 행동에 옮길 것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돼야 하는데 그리스의 제안에는 이러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좀더 구속력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무장관들이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6시) 회의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은 그리스가 요청한 3차 구제금융의 규모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으로 535억 유로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요구하고 있는 채무 탕감을 감안하면 실제 지원액은 74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580억 유로가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에서 지원돼야 한다. 나머지 160억 유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담당하게 된다.
이때문에 구제금융 추가 지원을 둘러싸고 유로존 진영 내 의견 대립이 더욱 분명해졌다. 핀란드는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데 대해 명백한 반대를 분명히 했지만 이탈리아는 어떻게든 타협을 이뤄내 유럽의 통합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이 그리스의 미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로화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가 내놓은 개혁안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약속을 믿을 수 있느냐는 신뢰성도 문제가 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약속에만 의존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12일까지 그리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회원 자격을 5년 간 한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안을 수립해 놓았다고 한 독일 언론은 전했다. 이는 사실상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이라고 할 수 있지만 퇴출이라는 표현을 피하기 위한 위장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