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쟁자 고승덕(58·사법연수원 12기) 전 후보와 영주권 공방을 벌여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조희연(59) 서울교육감이 "(영주권 공방을) 자발적 토론회로 봐 달라"고 호소했다.
10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 심리로 열린 조 교육감에 대한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조 교육감은 변호인 변론 전에 발언기회를 갖고 직접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유권자의 판단을 위한 대단히 중요한 선거과정으로 후보자 TV 토론이 있다"며 "통상 TV 토론은 세 차례 열리지만 지난해 선거에선 5월23일 단 한차례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이어 "TV 토론 이후 고 전 후보에 대해 제기된 몇 가지 의혹 중 하나가 자녀와 본인의 영주권 의혹이었다"며 "이에 대한 공방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해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 전 후보 역시 해명 요구에 대해 정중하게 공개편지 형식으로 답을 줬다"며 "당시 언론은 제 의혹 해명 요구와 고 전 후보의 해명 내용을 동시에 기사화해 '자발적 2인 토론회'를 생중계한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개편지를 통한 고 전 후보의 주관적 주장만으론 부족하다 생각해 공개답신으로 객관적 자료 소명을 정중히 요구했다"며 "고 전 후보가 5월27일 여권사본을 공개하며 의혹을 해명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공방은 이것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이 같은 취지로 "유권자는 이들 상황을 관객처럼 목도하며 나름의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공방 진행 과정을 토론회의 일종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아울러 "영주권 공방은 고 전 후보의 해명을 제가 받아들인 모양새가 돼 오히려 제 지지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제게 불리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해명을 요구한 것은 후보적격에 관한 정보가 정확하고 충분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 측 변호인 역시 "공직 후보자의 적격이 의심되는 사정이 있을 땐 이에 관한 문제 제기는 허용돼야 한다"며 "이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조 교육감이 ▲교육감 후보자로서 ▲경쟁 후보 상호 간 공직 적격 검증 차원에서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으며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인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을 차례로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조 교육감이 사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했으며 고 전 후보가 해명한 후에도 확인 없이 허위사실을 계속해서 공표하고 신뢰할 수 있는 다수의 제보나 증언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조 교육감이 상대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반복적·계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1심 선고형인 500만원의 벌금형은 가볍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6·4 지방선거 서울교육감 후보로 출마해 당시 경쟁자였던 고 전 후보에 대해 "두 자녀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고 본인도 미국 근무 당시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조 교육감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교육감 자리를 잃게 된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집중심리를 통해 신속한 기일 진행을 하고 이르면 다음달께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 교육감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24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