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대형 건설사 수주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59) 의원의 측근 정모(50)씨에 대해 증거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씨의 구속 여부는 3일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지난 2일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과 같은 당 출신인 정씨는 1995~2002년 박 의원과 함께 경기도의원직을 지내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박 의원 형제가 연루된 분양대행업체 I사의 대형 건설사 수주 로비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I사 김모(44) 대표는 회삿돈 45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됐다.
검찰은 김씨가 박 의원 동생과 함께 회삿돈을 빼돌리고, 이 돈을 대형 건설사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정관계 로비에 쓴 혐의로 지난달 2일 I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잡고 지난달 17일 I사 직원 6명의 주거지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김 대표와 김 대표 모친 주거지를 대상으로 3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정씨가 1~3차 압수수색 기간 동안 관련 증거를 수차례 숨긴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정씨가 숨기려 했던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3일 오후 2시4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정씨는 '증거를 숨긴 것이 맞나', '박 의원이 시켜서 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정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박 의원 등이 이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김 대표와 정씨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박 의원 형제를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사에 공사를 수주한 대형 건설사 2개 업체 임원들은 앞서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한편 특수4부는 변호사 수임 제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민변) 소속 백승헌(52) 변호사에게 이번주 내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일 민변 소속 김희수(56) 변호사도 검찰의 4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검찰은 수임 제한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변호사 8명 중 조사를 마친 6명을 먼저 기소하고 백 변호사와 김 변호사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