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 가운데 그리스 사태로 이탈리아를 비롯해 주변국들이 언제든 급격한 차입 비용 상승과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그리스 재정 위기가 부각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이탈리아의 경우 경제보다는 정치적 위기가 초래할 위험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앞서 그리스는 지난달 30일이 시한이었던 15억 유로 규모(1조9000억원) 규모 채무를 갚지 못해 선진국으로는 처음으로 디폴트에 빠졌다.
5일 실시되는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이탈리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데다 그리스 채권을 많이 갖고 있어 금융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이탈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는 374억 유로라고 밝혔다.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개월 전 연 1.12%에서 지난 1일 연 2.39%로 거래돼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그리스 사태로 촉발된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탈리아가 몇 년 전보다 외부적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로마에 있는 루이스 대학의 니콜라 보리 교수는 "2010년이나 2012년에는 이탈리아 민간은행들이 그리스 부채 위험에 노출돼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국제정치 연구학회 소속 수석 연구원인 안토니오 비야프랜카는 "그리스 디폴트는 이탈리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야프랜카는 "국민투표의 결과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유럽연합(EU)에 부정적인 정당이나 포퓰리즘 정당들의 세력이 강해질 수 있다"며 "이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렌치 총리는 친EU 총리로 취약한 야당으로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그러나 야당이 힘을 얻으면 이탈리아 정국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적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가 그리스와 채권단 간 구제금융 협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야프랜카는 또 "렌치 총리는 그가 밀어붙이고 있는 세금 관련 법, 노동법 개혁과 재정적자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 같은 개혁은 이탈리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