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국제채권단과의 기싸움에서 밀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Greferendum)'를 걸고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그리스의 현지 분위기는 냉랭하다.
지금으로서는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할 7월5일 국민투표에서 찬성(NAI)과 반대(OXI) 중 어느 쪽이 더 우세하게 나올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좌파 언론마저 투표의 실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건 예사롭지 않다.
◇ 아직은 '찬성표'가 우세…뱅크런 이후 격차는 점점 줄어
1일(현지시간) 미국의 지상파 방송 CBS에 따르면 좌파 정부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우군이나 다름없던 그리스의 진보 성향 언론마저 "무의미한(pointless) 투표를 철회하라"고 코너에 몰린 치프라스를 더 압박했다.
치프라스는 급하게 치르는 국민투표에서 '반대(no)'가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퇴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노를 투표하라고 부탁하고 있다.
그는 1일 방송 연설에서도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투표는 채권단에 대한 그의 협상 위치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채권단에 의한 긴축정책은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리스의 중도좌파 일간지 토 비마(To Vima)는 "만약 치프라스와 그의 정부가 그들의 마지막 존엄성과 진지함을 지키고자 한다면 이제 남은 모든 건 일요일(5일) 국민투표를 취소하는 것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치명적인 결과가 활성화되기 전에 책임을 져야 할 때"라는 의견을 실었다.
최근 치프라스의 불충분한 양보안이 채권단으로부터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만큼 다시 한 번 국제적으로 망신을 사기 전에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다.
여전히 치프라스를 지지하는 국민들도 적진 않지만 5일 얼마나 많은 표가 실제로 힘을 실어줄지는 불투명하다.
현지 좌파성향 신문(Efimerida ton Syntakton)은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응답자의 54%가 '노'를, 33%가 '예스'를 택했지만 앞으로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30일 밤 아테네의 일부 노동자들은 그들의 고용주가 주최한 '찬성(Nai)' 집회에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아직 반대표에 투표할 것이라는 그리스인이 대부분"이라면서도 "(찬성과 반대표 간)격차는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최대 여론조사기관인 프로라타(ProRata)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은행 영업을 중단하기 전에는 반대표를 지지하는 비율이 57%였지만, 은행이 문을 닫은 후에는 46%로 떨어졌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밥 머피 보스턴 대학 경제학 교수는 "이 시점에서, 모든 이슈는 정치적인 문제로 더 많이 진화하고 있다"며 "만약 그리스 국민들이 반대(no)표에 투표한다면 치프라스가 후퇴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 도박사들은 어디에 베팅했나
아일랜드의 도박업체 패디파워(Paddy Power)는 그리스 국민들이 국민투표에서 '예스(NAI)'에 투표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USA 투데이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패디파워에 따르면 그리스의 5일 국민투표 결과를 맞히는 도박에서 85% 이상이 오히(OXI·아니오)보다 네(NAI·예)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찬성표에 베팅했다. 배당률은 2대 7로, 찬성표에 7유로를 베팅하면 2유로를 더 받게 된다.
또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1대 2의 배당률을, 반면 국민투표가 보류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6대 4의 배당률이 결정됐다.
패디파워는 최근 영국 총선 결과와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국민투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등을 맞춘바 있다.
가끔 패디파워의 적중률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2003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으로 아스널을 점쳤지만 실제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컵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