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살벌한 사건현장, 긴장감 있는 집회 시위 등 위험한 임무 속에서도 남성 못지않은 역할을 해내고 있는 대한민국 여경. 1일은 대한민국 여경이 창설된지 69주년을 맞은 날이다. 이에 경찰청은 강신명 청장과 형사·수사·교통 등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여경 45명을 초청해 '으뜸 여경'을 선발하고 특진 및 표창을 수여하는 행사를 가졌다.
올 4월 기준 대한민국 여경은 총 1만348명이다. 전체 경찰관 수 11만212명의 약 9.4% 수준이다. 전체 경찰관 대비 여경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에는 9만8512명 중 6392명(6.5%), 2010년 10만296명 중 6600명(6.6%), 2012년 10만2273명 중 7194명(7.0%), 2013년 10만2696명 중 7814명(7.6%), 지난해 10만4603명 중 8403명(8.0%) 등이었다.
계급별로 살펴보면 경무관 2명, 총경 9명, 경정 90명, 경감 377명, 경위 1448명, 경사 3148명, 경장 2773명, 순경 2501명이었다.
기능별로는 생활안전과 소속 여경이 516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무과(1384명), 수사과(1641명), 교통과(693명), 경비과(456명), 감사과(320명), 보안과(222명), 외사과 (179명), 정보과(159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경은 1946년 경무부 공안국에 여자경찰과가 신설되면서 탄생했다.
당시 여성경찰국장 고봉경 총경을 비롯한 여경간부15명과 1기생 64명으로 출발했다. 성매매와 청소년 업무를 주로 처리했다.
이후 형사·경비 등 여경의 업무영역이 확대되면서 1989년부터는 경찰대학에 여학생 입학이 가능해졌다. 이어 1999년에는 여경기동대가 창설됐고 2000년에는 경찰특공대에도 여경을 배치, 간부후보생에 여성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여경채용 목표제를 시행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여성을 경정으로 특별채용하는 등 여경의 역량은 지속적으로 강화돼왔다.
여경의 날은 1984년 서울경찰청 소속 여경들이 간담회 형식으로 비공식 친목모임을 가진 데서 비롯됐다. 1988년부터는 서울청에서 자체적으로 행사를 벌였고 이후 타 지방청에도 퍼졌다. 1995년 여경 기구 창설일인 7월1일을 여경의 날로 정했고 2000년에야 비로소 경찰청 공식 주관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2010년부터는 매년 7월1일 특진 및 포상 수여, 오찬간담회 형식으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여경의 날 행사에서 '으뜸 여경'에 선정된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김명성 경감은 가정폭력(아동학대) 피해자를 지원하고 성폭력 빈발지역의 환경개선, 장애인 성폭력대책협의회 구성·운영 등의 활동을 펼치는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민·관·경 협력 시스템 구축에 앞장 섰다는 평을 받았다.
또 서울 도봉경찰서에서는 임용된 지 2달 갓 넘은 새내기 순경이 속옷을 훔쳐 달아난 30대 남성을 검거하는 사례가 있었다.
사례의 주인공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 숭미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유고운(30·여) 순경.
유 순경은 쌍문동 일대 폐쇄회로(CC)TV 11시간 분량을 분석해 철가방을 든 허씨를 발견했거 심야시간 허씨의 식당 인근에 잠복했다가 허씨를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순경은 "제가 주로 생활했던 원룸촌에서 학교 후배가 피해를 입은 범죄의 피의자를 직접 잡고 싶었다"며 "앞으로 대 여성범죄에 대해 세심한 수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 중부경찰서 소속 여경들은 지난달 30일 아동양육시설인 남산원을 찾아 침구·물품 세탁 및 환경정리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여경들은 "약자를 돌보고, 외면받기 쉬운 곳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경찰의 본분"이라며 "관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니 더욱 뜻 깊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밖에 지하철서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하던 20대 남성을 붙잡은 비번 여경, 옥상에서 투신하려던 20대 여성의 마음을 돌린 여경, 실종신고된 치매 노인을 발견해 수송하던 중 자신의 양말, 신발 등을 노인에게 직접 신겨준 맨발 여경 등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