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국 TV 방송사 NBC가 29일(현지시간)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멕시코 이민자 관련 발언에 트럼프와의 사업 관계 단절을 발표했다.
NBC는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와 합작해 매년 개최하는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를 더는 중계하지 않겠다”며 “모든 사람의 존중과 존엄은 회사 가치의 초석”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3년부터 미스 USA를 중계해 온 NBC는 아직 오는 7월12일로 예정된 올해 미스 USA 대신 방영할 프로그램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 이민자들이 마약, 성폭력 등의 범죄를 일으킨다고 주장하면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방어벽을 쌓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후 이 발언은 미국 정책 입안자가 아닌 멕시코 정부나 국민을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 내 39개 히스패닉 권익단체들의 연합인 ‘전국히스패닉지도부 어젠다(NHLA)’는 당시 NBC에 트럼프와의 사업관계 단절을 요구했고 세계적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그(change.org)에 이를 요구하는 서명자가 21만8000명이 넘었다.
미국 최대 스페인어 지상파 TV방송사인 유니비전도 나흘 전 예정된 미스 USA 선발대회를 중계하지 않기로 했다.
NBC의 모회사 NBC 유니버설은 미국에서 유니비전과 경쟁하는 미주 주요 방송사 텔레문도를 소유하고 있는데 텔레문도가 유니비전에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 중계권 계약을 빼앗겨 어떤 의미에서는 유니비전의 결정이 NBC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NBC는 또한 이날 트럼프가 맡았던 자사의 서바이벌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견습생)의 진행자와 관련해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인 마크 베네트가 차기 고정 진행자를 찾고 있다며 트럼프는 앞으로도 이 프로에서 역할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기 전 대권 도전을 위해 이 프로의 진행자를 맡지 않기로 했다.
이에 트럼프는 이날 NBC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시카고에서 시민과 지역사회 지도자로 구성된 ‘시카고 시티 클럽’이 마련한 선거유세를 한 뒤 기자회견에서 NBC와 사업관계 단절을 예상했고 자신의 발언은 옳기 때문에 사과 성명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NBC가 무엇을 원하든 난 괜찮다”고 덧붙였다. .
트럼프는 뉴욕에 있는 그의 회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NBC는 힘이 없으며 여느 다른 사람처럼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려고 한다며 이는 미국의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유니비젼과 함께 NBC를 상대로 소송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이 성명에서 NBC가 이라크 전쟁 당시 자신이 총격을 당했다는 거짓말이 들통난 자사 간판 앵커 브라이언 윌리엄스를 사퇴시키지 않고 좌천시킨 결정에 대해 비난하면서 NBC가 거짓말한 윌리엄스는 밀어주면서 불편한 발언을 한 사람은 밀어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