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를 놓고 미국 측의 입장이 주목되고 있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는 29일 사드 배치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배석자인 김성곤 의원이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전하자 이같이 말한 뒤 “미국에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양국 간 공식 협상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또 “미국에 대한 북한의 심각한 위협으로 MD(미사일방어) 체계는 미리 추진되고 있다”며 “미국 본토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지만, 리퍼트 대사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퍼트 대사의 이번 발언은 한미 간 협의가 아닌 미국 정부 내에서 논의 단계라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 고위 관리들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잇따라 언급하면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이 다소 수위를 조절해가면서 우리 정부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18일 방한한 존 케리 국무장관이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미국 고위 관리들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쏟아냈다.
제임스 윈펠드 미국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한국 정부와 아직 어떤 종류의 대화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여건이 성숙되면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프랭크 로즈 미국무부 군축 검증 이행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정책연구기관인 한미연구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사드가 한국에서 가동된다면 전적으로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처할 방어용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한반도에서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최종결정이 나지 않아 한국 정부 공식 협의는 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드의 한반도 영구 배치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논란이 점차 커지자 미국 행정부는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면서 한국 정부와 논의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볼 때 미국 정부로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론화시킨 뒤 어느 정도 여건이 갖춰지면 어떤 형태로든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공식화할 공산이 크다.
특히 최근 방한한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를 총괄하는 세실 헤이니 미 전략사령관이 사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방한을 두고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여전히 '공식 논의 요청이 없었다'며 국익을 고려해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미국 측의) 요청이 오면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안보상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가)주도적으로 판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