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출범하면 한국 기업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 참여 기회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지속적 경제 발전을 위해 요구되는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연간 7300억 달러(811조원)로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되는 자금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연 2360억 달러(264조원) 수준이다. 기존 국제기구의 투자 여력은 이를 감당하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AIIB는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함께 아시아 지역 다자개발은행(MDB)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금 규모(ADB 1650억 달러, AIIB 1000억 달러)와 회원국 수(ADB 67개국, AIIB 57개국)에서 ADB와 대등한 수준이다.
자본금 1000억 달러 규모인 AIIB가 출범하면 그동안 부족했던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ADB가 인도·동남아 등 일부 지역에 지원을 집중한 반면 AIIB는 동북아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을 투자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에게는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AIIB는 이르면 올해 말 출범해 내년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주도국인 중국은 첫 투자 프로젝트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다자개발은행(MDB)들은 보통 설립 후 1년간은 준비 작업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중국은 그런 과정을 겪지 않기 위해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며 "다른 MDB들의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해서 첫 프로젝트를 가능한 한 빨리 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AIIB 출범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건설·교통·통신 등의 분야에서 인프라 사업 참여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양한 인프라 건설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금융 시장이 형성되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참여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AIIB 투자 사업은 중국의 육상·해양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력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AIIB 출범 후 본격적으로 추진될 중국의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설·중공업·컨설팅 분야 민간 기업, 금융권, 연기금, 정부 등이 참여하는 코리안 패키지(Korea package)를 구성하고, 대규모 자금 공급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AIIB 자금을 동북아 개발과 통일 기반 조성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특히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등 4개국이 참여하는 광역두만강 개발계획(GTI)을 AIIB와 연계할 수 있다면 향후 동북아 개발과 통일 재원 마련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GTI도 AIIB의 프로젝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GTI 참여국들이 모두 AIIB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협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