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애조 띤 아리랑 곡조가 한국어와 영어로 울려 퍼졌다. 80대 중반의 노신사들은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한껏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뉴욕주의 한 타운에서 한인독지가가 25년째 한국전 참전용사 위로의 밤 행사를 열고 있다고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가 24일 전했다.
한국전 참전 용사들은 미 전역에 골고루 흩어져 있지만 6·25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한인들이 마련하는 자리에 초대되는 경우는 LA와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한인타운이 있는 대도시 아니면 거의 찾기가 어렵다.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두시간 이상 떨어진 미들타운에서 매년 참전용사를 위로하는 큰 파티를 열고 있는 주인공은 올해 고희를 맞은 이호제(허버트 리) 박사다. 그는 비단 참전용사들만이 아니라 15년전엔 사랑의 한미재단을 설립해 매년 한국의 고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또 6·25 65주년을 앞둔 지난달 27일엔 월킬 타운에 있는 캠프 섕크 메모리얼 팍의 한국전 참전비 앞에서 기념비에 헌화하는 행사도 주관했다.
지난 21일 오렌지카운티 미들타운의 미참전용사회 151지부 회관에서 열 참전용사 위로의 밤엔 지역 프랭크 라부다 대법원 판사와 정치인, 전갑균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장, 조성모 서양화가 등 한인들까지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 음식과 미국 음식들이 차려졌다.
1부 행사를 마치고 참전용사들을 위해 꾸준히 기금모금 등의 활동을 한 제임스 김 한미사랑의재단 이사에게 감사패가 수여되고 흥겨운 여흥 시간이 펼쳐졌다.
미국 공연단의 노래와 연주, 문옥주 명창의 구성진 판소리와 진도북춤 등 전통 한국공연이 이어졌고 마지막 피날레는 뉴욕 롱아일랜드 교사인 이소영씨가 이끄는 아리랑 합창이었다.
다민족합창단 리더인 그녀는 30년 넘게 한국의 문화와 얼을 전파하는데 앞장서온 주인공이다. 1절은 한국어로, 2절은 영어로 번역된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감동적인 시간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호제 박사는 미8군에서 카츄사 교관단장을 하고 제대한 후 1969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을 왔다. 노스웨스트 대학을 거쳐 경제사로 유명한 맨해튼의 뉴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다 기업의 경제분석가로 미국 정치인들의 자문역도 맡는 등 주류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90년부터 참전용사 위로의 밤을 열기 시작한 그는 처음 10년간은 인근 몽고메리의 스토니컨트리 클럽에서 개최하다 2001년부터 이곳으로 옮겼다. 젊은 시절 낯선 타국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참전 용사들에게 일년에 한번이라도 함께 모여 한국을 추억하고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보은의 자리를 열면서 그는 피보다 진한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행사를 여는 데 가장 큰 애로는 역시 재정문제다. 사재를 터는 것은 기본이고, 모금활동도 하지만 한인타운과 떨어진 지역이어서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이날 뉴욕총영사관에서 김건화 동포담당영사가 직접 와서 금일봉을 전해 참전용사들에게 낯이 섰다며 환하게 웃는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조성모 서양화가는 "한국전쟁에서 몸을 바치신 분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이런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존경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호제 박사는 "연로한 참전용사들이 매년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면서 "참전용사들에 대해 감사하고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힘이 닿는 날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