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3일(현지시간) 미 국가안보국(NSA)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해 전·현직 대통령 3명을 감청한 사실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고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메디아파르'가 보도했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2006~2012년 올랑드 대통령을 포함해 자크 시라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유엔 고위 인사 선임, 중동 평화협상, 유로존 경제 위기 등의 문제 해결에 관해 통화한 내용 중 중요한 5가지를 추려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NSA가 프랑스 대통령들을 감시 대상으로 정해 작성한 연락처도 있다. 이 연락처에 프랑스 대통령의 개인 휴대폰 번호가 있으며 숫자가 지워진 채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주로 프랑스와 독일 간 관계와 위험한 그리스 경제 상황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010년 3월24일 작성된 보고서에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미국이 간첩 행위 관련 협정에 서명을 거부한 것에 분노하며 “피에르 비몽 당시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와 장-데이비드 레비트 당시 프랑스 대통령 외교수석도 알고 있듯이 미국은 프랑스를 계속 감시하려는 것이 이번 협상의 주요 난제였다”고 말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문건들의 내용에 대한 정확성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지만. 위키리크스는 기밀 정보와 외교 자료를 찾아 공개하고 있어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할 만큼 프랑스에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24일 오전에 열릴 안보회의에는 프랑스 보안 당국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한다.
크리스틴 흐라픈슨 위키리크스 대변인은 이날 AP통신에 위키리크스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문건 공개 등 지금까지 폭로한 내용의 정확성이 입증됐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 폭로한 문건도 신뢰할 수 있다며 문건의 정확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문건 입수 경로와 프랑스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거부했으나 “조만간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문건들의 공개로 대단히 놀라운 사실이나 기밀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프랑스는 파리에서 벌어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테러 용의자에 대한 정부의 감시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의 승인을 앞두고 있어 정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프랑스 대통령궁은 이번 폭로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집권 사회당은 이날 발표한 이번 폭로에 대한 규탄 성명에서 “이번 폭로는 정말 충격적인 국가 차원의 편집증”이라며 “프랑스 정부가 NSA의 감청을 알고 있었어도 이 무차별적이고 체계적 감청은 참을 수가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 보좌관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미국 첩보 당국의 이 감청 수법을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치인들도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이번 폭로에서 대해 분노를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의 감시 권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프랑스 사회당의 장 자크 우르보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영어와 프랑스어로 "또다시 미국이 주변에 협력국이 아니라 공격 대상이나 봉건시대 가신만을 두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네드 프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폭로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일반적으로 구체적이고 유효한 국가안보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외국을 대상으로 어떠한 정보 감시 활동도 수행하지 않으며 이는 민간인뿐 아니라 세계 정상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독일 주간 슈피겔이 전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우든이 제공한 미 첩보 당국의 기밀 서류파일을 토대로 NSA가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폰을 감청했다고 폭로해 미국 첩보 당국이 동맹국 정치인을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졌으나 이번 폭로는 확실히 미국에 외교적 굴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