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2015년 6월23일 우리 모두는 국가적 랜드마크인 팰리세이즈팍의 천혜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LG전자 북미본부의 세계적인 사옥이 들어서는 것을 합의하며 기쁜 마음으로 지지합니다.'
단 6행의 영어 문장이었지만 합의하기까지 3년여 세월이 필요했다. 서류에 서명한 숫자만 무려 10명. '팰리세이즈의 뜨거운 감자'로 불린 LG전자 북미 신사옥 문제가 마침내 해피엔딩을 맺었다.
23일 뉴저지 잉글우드클립스의 LG전자 북미본부에서 가진 조인식에 참여한 이들은 한결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서로 한발씩 양보하여 상생의 화합을 해냈다는 만족감이었다.
LG전자 북미 신사옥 합의문은 사실상 LG와 미국 최고의 가문 록펠러 가문과의 합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10명의 서명자 중 가장 먼저 사인한 록펠러가문의 후손 로렌스 록펠러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합의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록펠러 가문을 대표하는 변호사 중 하나로 특히 자연보호에 역점을 기울인 가문의 전통을 수호해온 인물이었다. 팰리세이즈 계곡은 뉴욕 맨해튼에서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건너 북쪽으로 수㎞ 뻗은 절벽 일대를 말한다.
이곳은 허드슨 강을 배경으로 수천년 간 자연의 아름다움이 보존된 곳으로 인근 빌딩들은 나무들의 높이(35피트) 이하로 지어지도록 엄격하게 제한이 되고 있다. 특히 주변 수백만 평의 땅을 록펠러 가문이 사들여 정부에 기부함으로써 개발을 막아온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뉴저지에서 허드슨강 건너에 있는 클로이스터 중세박물관 역시 록펠러 가문의 기증으로 중세 성곽 모양으로 재현돼 팰리세이즈 숲을 조망할 수 있다.
LG전자가 2012년 잉글우드클립스 시의회의 승인을 얻어 신사옥을 짓기로 했을 때 높이는 145피트에 달했다. 총 8층의 장방형 빌딩은 숲 뒤쪽에 위치해 풍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건물 상단부가 숲위로 튀어나오게 된다며 고도 제한을 다시 하고 층수를 낮출 것을 요구한 것이 갈등의 시발점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짓고 모든 법적 절차를 마치고 설계도면까지 확정한 LG전자로선 양보하기가 어려운 사안이었다. 결국 송사 끝에 2014년 여름 법원으로부터 공사 승인을 받았지만 환경단체는 포기하지 않고 시민 캠페인을 벌이며 층수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그 중심에 바로 록펠러 가문이 있었다.
LG전자는 사회 공헌을 중시하는 '기업시민'으로서 용단을 내렸다. 환경단체도 당초 완강했던 35피트의 고도제한을 두배로 높이는데 합의했다. 주빌딩(북관)을 5층으로 조정하고 남관(3층), 아트리움(3층)등 세 동의 업무 빌딩이 마침내 합의된 것이다.
로렌스 록펠러 회장은 이날 여러 차례 LG전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적잖은 시간과 비용의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역시 서명자 중 하나인 조셉 패리쉬 잉글우드클립스 시장은 "난 사인 안 할래"라는 농담을 던져 사람들을 웃게 했다. LG전자의 대승적인 양보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시사한 유머였다.
네드 설리번 시닉허드슨 회장을 비롯, 제임스 테데스코 버겐카운티장, 미셀 바이어스 뉴저지보존재단 전무, 릭 사바토 버겐카운티빌딩건설협회장, 마크 아이즈먼 뉴욕자연보호위원회 이사 등 정부기관과 환경단체를 대표한 이들 모두가 한결같이 LG전자의 용단에 찬사와 사의를 표했다. 바이어스 전무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위해 노력한 것처럼 LG가 이곳에서도 같은 노력을 기울여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소감을 피력하며 울먹이는 듯 했다.
LG전자의 조주완 미국법인장(전무)은 "오늘은 좋은 날이다. 그리고 위대한 날이다. LG전자와 미국의 환경단체, 록펠러 재단 등과 성공적으로 ‘윈-윈(Win-Win)’ 협의안을 도출한 것이 너무나 기쁘다. LG전자 신사옥은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최첨단의 친환경 그린빌딩으로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사옥은 2019년 완공 예정이지만 뉴저지 주정부가 공기 단축을 위해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어서 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