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독일이 전쟁을 시작했고, 우리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져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독일의 '절대적' 책임감에 대해 밝혔다.
2차 세계 대전의 가해국인 독일과 피해국인 영국, 프랑스, 폴란드가 한자리에 모여 동북 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 자신들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아산정책문화원과 4개국의 주한 대사관 주최로 각국 대표들이 "제2차 세계대전 후 화해와 협력: 동북아시아에의 교훈"이라는 주제로 서울 아산정책문화원에서 회담을 가진 것이다.
올해로 종전 70주년을 맞아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70년 담화' 내용에 동아시아 피해국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피해자를 낸 전쟁 가해국인 독일이 피해국들과 '화해'를 넘어 '우정'의 단계에 이른 비결은 무엇일까.
"전쟁 후 가해국인 독일이 주변국들과 화해를 이룬 것은 기적"이라며 "이제는 한국, 중국, 일본이 친구가 될 차례"라고 마파엘 대사는 강조했다.
각국을 대표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전쟁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두터운 우정'을 쌓은 친구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정부 차원의 화해뿐 아닌, 전 국민 및 모든 차원의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신들의 경험담을 전했다.
크쉬스토프 마이카 주한 폴란드 대사는 "화해는 정부뿐 아니라 시민들, 철학자, 기자들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화해가 이뤄졌으며,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도 이뤄졌다"며 동북아이세도 정부 차원뿐 아닌 유럽과 같이 광범위한 화해를 이룰 것을 촉구했다.
야쿱 테일러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 역사학과 교수 역시 독일의 '정부 차원'의 진정성 어린 사과 사례를 언급했다. 그것은 1970년 빌리 브란트 독일 전 총리가 바르샤바 유대인 학살 장소인 '게토 기념비'에 무릎을 꿇고 사죄한 것으로, 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시간이다.
"물론 독일 총리가 무릎을 꿇고 사죄한 것은 기독교라는 종교적 배경을 무시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무릎을 꿇는 행동이 기독교적 가치관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의 문화와는 다르다"고 테일러 교수는 밝혔다.
그는 "독일은 화해를 위해 끊임 없는 노력을 해 왔다"며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독일의 끊임 없는 화해 노력에 대해 열거하기도 했다.
1972년 독일과 폴란드는 공동 역사 교과서 위원회를 발족했으며. 경제적인 협력을 넘어, 1992년부터 2004년까지는 문화, 교육 분야뿐 아닌 정치적 분야에서도 화해 협력 모드에 이르렀다고 테일러 교수는 밝혔다.
프랑스 대사관측 인사인 에띠엥 롤랑 삐에그는 "나는 독일과 프랑스 간의 전쟁이 3번이나 발발한 작은 지역 출신이다. 그러나 나는 어려서 학교에서 독일어를 제2 외국어로 공부하며 자랐다"며 " 독일과 프랑스는 화해를 넘어 우정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독일과 프랑스 간의 협력은 더 큰 유럽을 위한 발판"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양모 미국 노위치 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나는 일본 아베 정부 하에서의 양국의 화해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고 밝혔다.
"일본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단행하기도 하고 여러 역사적 사실을 삭제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10년 후, 20년 후 더 먼 미래 우리 후손들의 경우는 다를 수도 있다"며 끊임없는 화해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한국, 중국, 일본 세 국가가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부, 사회, 역사적 측면에서 화해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일본, 미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한국과 북한과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남·북한 간의 화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 나라는 비슷한 내용의 회담을 일본 도쿄 와세다(早稻田) 대학에서도 곧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