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유럽이 그리스의 디폴트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정오 긴급회의를 소집해 지난 14일 브뤼셀에서 열린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간 협상이 성과 없이 결렬된 데 대해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소집하는 긴급회의에는 야니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 니코스 파파스 국무장관,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국제경제관계 담당 장관이 참석한다. 그리스 당국은 채권단의 끊임없는 요구가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으며 채권단은 그리스의 개혁 의지 부족을 질타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리를 역임했던 게오르게 파판드레우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앙에 바짝 다가선 상태로 만약 협상이 실패한다면 이는 정말 죄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2010년 구제금융을 처음 신청했을 때 총리였던 파판드레우는 "그리스 국민은 지난 5년 간 상당한 희생을 치렀으며 높은 실업률로 고통을 겪었다"며 "양측은 높은 말에서 낮은 자세로 내려와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2010년 긴축정책을 대가로 1100억 유로(약 138조5857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파판드레우는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수용한 긴축정책으로 인기가 하락해 결국 2011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2010년부터 2차에 걸친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달 말 유럽연합(EU) 측 구제금융이 종료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EU 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채권단의 요구조건인 기초예산 흑자 목표치와 연금 축소에 난색을 표명했다. 파판드레우는 양측이 조금 더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판드레우는 "채권단은 그리스가 재정 건전성을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 추가적인 긴축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리스는 개혁을 계속 이행하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채권단에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채권단 중 하나인 IMF에 이달 말 15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그리스는 이달 총 4차례에 걸쳐 IMF에 부채를 상환해야 하지만 이달 말 일괄 상환하겠다고 IMF에 통보했다. 파판드레우는 "그리스 국민 70% 이상은 유로존 잔류를 희망한다"며 "그리스 국민은 정부에 유로존 탈퇴를 이임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리스 당국이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를 원하지만 궁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협상에서 독일의 더 큰 역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의 디폴트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독일 정치인들은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외신은 이번 주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그리스에 대한 자본 통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채권단은 그리스 국민 개개인과 국영기업 그리고 정부에 대한 모든 지출을 통제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가브릴 사켈라리디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15일 "그리스의 기본 계획, 유일한 계획은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 짓는 것"이라며 "양측이 모든 수긍할 수 있는 합의안이 도출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켈라리디스는 "채권단이 요구한 연금 삭감, 부가가치세 세수 확대 등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권단에 새로운 개혁안을 제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리스가 수용할 수 있는 요구조건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이 끝내 실패한다면 '혼란의 시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리 에어쇼를 관람한 올랑드 대통령은 15일 "치프라스 총리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으므로 협상을 신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공은 현재 상대 코트에 있다"며 "프랑스는 그리스에 연금 축소 등 추가 긴축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리스는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