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만료 시한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되면서 그리스에 대한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 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며 협상 결렬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16억 유로(약 1조9324억 원)를 확보할만한 어떤 새로운 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그리스 정부 탓이라고 비판했다.
그리스는 여전히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EU와 IMF는 자신들에게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할 권한은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구제금융 협상과 관련해 그리스는 연금과 임금 삭감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심은 18일 룩셈부르크에서 개최될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집중되고 있지만, 해결책 도출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 지원 등을 위한 조건인 개혁안을 놓고 4개월 넘게 절충을 시도했지만, 그리스는 채권단의 요구조건인 기초예산 흑자 목표치와 연금 축소에 난색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는 연금과 공공 부문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12억 유로의 현금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그리스 고위 경제 관료가 전했다.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그리스 은행권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도 위기를 맞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리스 은행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는 17일 열리는 운영심의회에서 그리스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와의 구제금융 협상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합의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 클로르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협상 시한인 이달 말까지 합의안이 도출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컨설팅그룹인 유라시아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라만 무즈타바는 "합의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가 이른 시기에 채권단이 신뢰할만한 개혁안을 제출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