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국내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나친 공포심을 반영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은 메르스 발생 자체보다 메르스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확실히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보건 당국이 사람들에게 메르스에 대한 과잉 반응을 경고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공포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메르스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방증하는 예로 집단 휴교를 들었다.
"전염병의 발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2500개 이상의 학교가 휴교를 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학교는 바이러스 전파와는 연관이 없기 때문에 다시 수업을 재개하라고 권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 감염자가 매일 발생함에 따라 한국인들은 공공장소를 가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는 불안해하고 있다. 이는 대도시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던 서울이 지금은 매우 부자연스럽게 조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서울은 원래 일년 중 추석과 음력 설, 단 두 번만 도시가 조용한 곳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메르스가 발생한 이래로 공공장소의 사람 수는 크게 감소했다"며 "특히 밀폐된 공간은 더 하다"고 서울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내 '메르스 패닉'은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으로 주요 외신들은 평가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연 1.5%로 인하했다. 지난해 8월과 10월, 올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3개월 만에 다시 0.25%p 추가 인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이러한 (금통위의)결정은 이미 블룸버그가 전문가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8명 중 11명이 예견한 것이었다"며 "메르스 확산은 슬럼프에 빠진 한국 경제의 소비심리에도 위협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티그룹 서울지점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는 메르스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덜고, 소비심리와 생산이 얼어붙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샤론 램은 "메르스 발발은 타이밍이 안 좋은 때(bad time)에 왔다. 경제회복을 지탱할 수 있을만큼 아직 자신감이 충분하지 않다"며 "(메르스에 대한)부정적인 미디어 보도는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때처럼 소비심리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