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선자금으로 확대하지 않고 같은해 총선거 당시 공천로비자금 수사로 축소시킨 것은 금품 공여자 사망으로 인한 수사의 한계, 현실 권력을 정조준하기 쉽지 않다는 정치적 한계 등을 모두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리스트에 거론된 친박 핵심 인사 6명이 보내온 서면답변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수사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그동안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기소키로 방침을 정한 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 6명으로 수사를 확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해왔다. 이미 4차례에 걸쳐 소환조사했던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출신인 김모(54)씨를 지난 4일 체포한 것도 검찰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강수'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오는 6일 체포시한이 끝나기 전에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인 한모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원을 대선자금으로 썼다는 진술을 하게 되면 이번 사건은 본격적인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우선 김씨는 2억원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체포 영장에 김씨가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 달 전께 공천을 받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성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고 적시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4차 소환조사 후 검찰 소환통보에 계속 불응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김씨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듣지 못할 경우 새누리당 홍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이른바 '대선자금 3인방'에 대한 수사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은 검찰에 회신한 서면답변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다, 돈을 받을 이유나 상황도 없었다"며 하나같이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 추가 수사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이 수사가 새누리당 대선자금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로선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성 전 회장이 정치권을 상대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을 규명할 뿐, 리스트로 촉발된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라는 이 사건의 본질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찰로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시원찮다면 맞을 매는 또 맞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다만 검찰이 아닌 누가 수사를 하더라도 그 이상 나오지 않더라는 걸 보여주면 된다는 게 검찰 내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