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혈액 검사 한 번으로 지금까지 내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해 알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의 개발로 C형 감염이나 인간면역결핍증(HIV)과 같이 바이러스 침투 후 발병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질병의 초기 발견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지에 4일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캔(VirScan)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혈액 검사법으로 사람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206개의 바이러스의 항체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인간의 신체는 이에 맞설 항체를 만들어 내는데, 면역체계는 감염이 잦아들고 몇 십 년이 지나도 이 항체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원리에 근거해, 바이러스캔은 혈액 검사를 통해 항체를 감지해 그 사람에게 침투한 거의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의 청사진을 만들 수 있는 것. 현재는 의심되는 단 한 종류의 바이러스 검사만 가능하다.
"바이러스캔은 사람들이 최근 혹은 몇 년 전에 걸린 바이러스를 다 알아낼 수 있다. 따라서 아주 획기적인 연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이아 립킨 콜롬비아 대학교 간염 면역 센터 소장이자 전염병학 교수가 말했다.
과학자들은 미국, 남아프리카, 태국, 그리고 페루에서 바이러스캔을 이용해 569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첫 실험을 실시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은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의 여러 변종에 감염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바이러스캔의 연구를 이끈 스티븐 엘리지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는 말했다.
"예를 들면, 당신은 평생 감기 바이러스의 여러 변종에 감염되지만, 증세는 감기 한가지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한, HIV에 감염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경향을 보였다.
바이러스 침투는 지리적으로도 다른 경향으로 보였는데, 일반적으로 남아프리카, 태국, 그리고 페루 사람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지 교수는 "바이러스캔 검사가 HIV나 C형 간염과 같이 감염 후 발병까지 몇 년이 걸리는 바이러스를 탐지하는데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