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 "중국 상하이의 인구는 공식적으로 2700만명이지만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사실상 3000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공급된 주택은 800만호에 불과하죠. 그래서 끊임없이 주택 건설이 이어지고 있어요. 도시 곳곳이 공사현장이죠. 국제적 인테리어·건자재 기업들이 중국을 노리는 이유입니다."(국내 가구회사 중국 주재 임원 A씨)
중국의 홈인테리어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인테리어기업과 중국 토종기업들은 740조원 규모로 성장한 인테리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3~6일 상하이 신국제전시장에서 열린 '키친앤바스차이나' 전시회는 급성장하는 중국 인테리어 시장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올해로 벌써 20회째다. 주방·욕실 분야의 세계적 선두기업들이 매년 신제품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규모의 국제적 박람회로 성장했다.
일본의 토토(TOTO) 글로벌, 미국의 아메리칸스탠다드, 독일의 콜러(KOHLER) 등 국제적 인테리어기업 4500개가 25만㎡ 규모의 전시장을 가득채웠다. 13만2000여명의 해외 바이어와 중국 소비자들이 곳곳을 돌아보며 박람회 현장에서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간결하면서 현대적인 제품과 자동으로 선반이 내려오는 부엌 등 심플하고 개성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중국의 실내인테리어 트렌드가 기능에 집중한 전통적 스타일에서 다양한 개성을 반영한 현대적 디자인으로 옮겨가고 있음이 드러난다.
중국 욕실가구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토종기업 모나크의 추에 짜이 웨이(40) 영업부장은 4일 박람회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국의 욕실용품이 기능 중심에서 디자인, 인테리어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나크는 원래 아크릴 중심의 용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이었지만 현재는 종합욕실가구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 전역에 600개의 대리점과 1000여개의 가구취급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하우시스, IS동서, 바로스, 신한도자기, 조이포라이프 등 국내 5개 업체도 키친앤바스 박람회에 참석, 자사의 제품을 선보였다.
IS동서의 자회사인 삼홍테크 권지혜 대표는 "7월부터 중국에서 홈쇼핑을 통해 방수비데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박람회에 참여하면 대형 대리상들의 문의가 들어오고,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소매상 네트워크도 소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7년전 처음 상하이 진출을 결정했는데 4번 정도 나가니 제대로 된 바이어들이 접촉해오는 것 같다"며 "홈쇼핑을 활용해서 온라인까지 판매를 넓혀 올해 중국시장 매출 50억원, 내년 80억원의 매출을 무난하게 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건자재·가구·생활용품 시장의 규모는 740조원에 달하지만, 어떤 글로벌 기업도 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유럽기반의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인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고유한 트렌드를 고집하고 있고, 글로벌기업들의 제조공장 역할로 시작해 몸집을 키운 토종기업들은 품질과 디자인 측면에서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가구업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무수한 글로벌 기업과 중국 토종기업들이 성장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잡기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쉽지 않겠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