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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키·몸무게부터 부모직업까지…‘갈 길 먼’ 국내기업 채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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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취업준비생 김모(27·여)씨는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열 번도 넘게 냈지만,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학점도 우수했고, 토익점수·자격증도 다수 갖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혹시 외모가 뚱뚱해서 낙방한 것은 아닌지, 부모님이 저학력에 무직이어서 불이익을 받은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탈락 이유를 통보받은 적이 없어 패인(敗因)을 찾진 못했지만, 그 후 입사원서를 쓸 때마다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입사 서류전형 단계에서 가족사항이나 신체적 특징을 묻는 기업체 관행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뉴시스가 5월 채용을 공고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입사지원서를 살펴본 결과, 대상을 비롯해 빙그레, 오뚜기, 현대오일뱅크 등 상당수가 지원자의 직무능력과 무관한 가족사항이나 신체사항 등을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그룹 지원자는 키나 몸무게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연령과 직업, 출신 학교, 직장명, 직위 등을 다 써야 한다. 

빙그레와 오뚜기는 혈액형(RH- 혹은 RH+)을 비롯한 신체사항(키, 몸무게)과 가족사항(연령, 근무처, 직위 등)을,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칠성은 가족사항을 묻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구직자 10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가족 재산이나 직업·직위(37.1%, 복수응답) 기재 요구에 불쾌했다고 응답했다. 또 10명 중 3명은 가족 구성원 학력(33.6%), 키와 몸무게, 혈액형 등 인적사항(28.5%) 기재 요구를 불편했던 것으로 꼽았다. 어학성적 등 스펙관련 우대조건(28.3%),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 기재 요구(27.6%) 등에 대한 불만이 뒤를 이었다.

국내 기업들은 직무능력과 관계없는 지원자의 가족사항이나 신체적 특징이 왜 그렇게 궁금한 것일까. 또 회사에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지원자들의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요구하고 보유하는 의도는 대체 무엇일까.

일부 대기업은 으레 해오던 관행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당락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불안감마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오뚜기 한 관계자는 “채용과 관련해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다. 회사 차원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인식이 있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향후 전반적인 채용 시장에서 해당 항목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제외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해명했다.

◇30대 그룹, 변화한다 하지만…상시채용은?

다행스럽게도(?) 30대 그룹(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에 속한 주요 대기업들은 이 같은 채용 문화에서 조금씩 탈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을 비롯해 LG, SK, CJ, 현대자동차, KT 등 국내 상위 30대 기업들은 최근 입사지원서 양식을 싹 바꿨다.

LG그룹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 각 계열사에 공통으로 가족관계와 신체사항 항목을 기재하지 않게 했다. 이밖에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로 대체했다. 

SK 역시 대졸자 공채 시 전 그룹사 공통으로 지원 서류에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가족관계 등의 정보를 삭제하게 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사진 입력이나 스펙 사항 등을 기재하는 항목이 없어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많이 바뀌게 될 것”이라며 “이는 스펙을 보지 않고, 능력이나 잠재력을 보고 뽑겠다는 열린 채용의 일환이다. 오디션이나 합숙면접으로 보는 곳도 있고,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졸 신입 공채가 아닌 수시 채용이나 경력직을 모집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롯데는 올 상반기 대졸 공채부터 지원자 사진도 받지 않았다. 직무능력과 창의성을 보유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올해부터 ‘스펙태클 오디션’ 채용을 시행하면서부터다. 

이 기업은 이를 위해 입사 지원서 서류 접수 시 이름·이메일·주소·연락처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만을 기재하고 해당 직무와 관련한 주제에 대한 에세이만을 받아 서류합격자를 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그룹사인 롯데칠성이 상시채용을 할 때 가족사항 기재를 요구하는 등 계열사 경력직 지원자들은 이력서를 작성하면서 여전히 불쾌함을 겪어왔다. 롯데칠성은 본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비로소 해당 항목을 삭제했다. 

비단 롯데뿐만이 아니다. 가령 신세계 그룹 차원의 공채 시 지원자들은 가족이나 신체 사항을 쓸 필요가 없지만, 신세계백화점 상시 채용 지원자는 이를 기재해야 한다. “그룹 차원 공채에서는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 스펙을 안 보겠다고 해놓고, 상시채용에서는 개인정보나 집안배경을 보고 뽑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펙 안 본다’는 말의 함정

최근 대기업들이 채용과 관련해 내건 기치는 ‘스펙’ 타파다. 이런 분위기에서 스펙을 초월한 ‘직무능력’ 채용을 하겠다는 기업들도 늘었다. 

예를 들어 SK그룹은 스펙 없이 지원자의 ‘스토리’로만 평가하는 오디션 형식의 ‘바이킹 챌린지’를 시행한다. 지원서에 이름, 나이, 성별, 연락처, 최종 졸업연도만 적은 뒤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심사위원들에게 10분 내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보여주면 된다. 

현대자동차는 인성(人性)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의 장기 채용 프로그램 ‘The H’를 2013년 6월부터 도입했다. 기업이 인재를 직접 캐스팅한 뒤 4개월의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인성을 평가, 최종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하지만 서류작성 시에는 스펙을 쓰지 않더라도, 면접에서 결국 볼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채 면접관을 지낸 한 대기업 부장급 인사는 “면접을 볼 때 스펙 사항을 다 물어보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직무와 관련된 스펙마저 무조건 터부시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애플의 경우 직원 채용 시 사진이나 가족사항, 신체 사항과 같은 개인정보는 요구하지 않지만, 때에 따라 학사 학위나 석·박사 학위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업무에 따른 능력이나 자격을 물어보는 차원이지 ‘고스펙’ 인재를 찾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한편 국내에서는 스펙 위주의 채용 문화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정부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구축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청년들의 직무능력 중심 채용을 확산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올해 130개 공공기관이 NCS에 기반을 두고 대규모 신규채용(3000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스펙쌓기를 지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도 다수 존재하지만, ‘제2의 스펙’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취업준비생은 “NCS 자기소개서 항목을 보면, 일반적인 대학 졸업자가 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면서 “1~2년 경력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것인가. NCS도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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