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무면허 건설사에 양화대교 교각 간격을 넓히는 공사 하도급을 준 대형 건설사 관계자와 서울시 공무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공사 폐기물을 한강 바닥에 방치한 하청업체 임직원들도 덜미가 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를 하면서 하도급 건설사로부터 공사 수주 대가로 3억원을 받은 대형 건설사 H사 전 현장소장 박모(58)씨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또 하도급 계약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당시 서울시 토목과 공무원 황모(47)씨를 직무 유기 혐의로, 감리단장 성모(65)씨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도급을 받은 J건설사 대표 남모(50)씨 등 임직원 3명과 시공업자 등 18명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양화대교 구조개선 사업은 서해뱃길 사업의 일환으로 6000t급 대형선박이 드나들 수 있도록 교각 간격을 넓히는 작업이었다. 지난 2009년 12월 서울시에서 발주해 지난 2010년 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501억원이 투입됐다.
박씨는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 시공사인 H사에서 현장소장으로 일하면서 해당 공사 면허가 없는 J회사에 하도급을 주고 그 대가로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2년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J사 대표 남씨와 전무 최모(53)씨로부터 현금 3억원 상당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J사가 해당 공사 면허와 경험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대가를 받을 목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하도급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감리단장 성씨는 J사가 무면허사인 것을 알고도 하도급 계약이 적정하다는 검토 의견서를 허위로 작성해 벌주처인 서울시에 통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시 공무원 황씨는 성씨로부터 받은 의견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승인했다.
양화대교 공사 과정에서 나온 공사 폐기물이 한강 바닥에 그대로 매립된 정황도 포착됐다.
J사의 하청업체 A개발 대표 김모(56)씨와 크레인 기사 2명은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철근과 콘크리트 등 공사 폐기물 33.95t을 한강 바닥에 방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J사 현장소장 정모(47)씨 등 3명은 공사 과정에서 나온 고철을 처분해 1억3000만원 상당을 횡령하기도 했다.
또 자재 납품 업자 황모(39)씨는 정씨 등 해당 공사 하청업체 12명과 공모해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2년 1월까지 하청업체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조작해 J사에 보내고 그 대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1억7000만원을 빼돌렸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불법 매립한 공사폐기물은 높이가 수면 아래 4~5m 지점까지 쌓여 대형 유람선이 이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한강 바닥에 방치된 폐기물을 전량 수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