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에게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제안한 가운데 안 전 공동대표의 결단에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의원은 20일 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놓고 당 안팎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고심 중이다. 자신이 직접 위원장직을 맡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인사를 추천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4·29재보궐선거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인재영입위원장 등 당무 참여에는 거리를 둬왔다.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했으면 재보선 결과는 지도부의 성과이자 책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이 최근 재보선 패배 보다 더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문 대표가 직접 도움을 청하고 나서자 이를 도와야 한다는 여론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무의 성과와 책임은 온전히 당 지도부의 것이라는 자신의 원칙과 여론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에서 안 전 공동대표의 결단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최고위에는 원로당원이 갑자기 회의장에 들어와 “우리가 비우고 또 비우고 버리고 또 버리면서 당을 살려내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새정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의원이 앞으로 우리 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출발점으로서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는 것이 필요하다”며 “안철수 의원은 선당후사 자세로 혁신기구 위원장을 수락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압박했다.
이용득 최고위원도 원로당원과 따로 대화를 나눈 후 안 전 공동대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혁신을 하는 기구에 대표로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분이 맡아서 당 혁신을 완수해서 이런 걱정들을 해소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安, 부담감 적지 않은 듯…측근 “할 생각 없는 것 같다”
안 의원으로서는 혁신기구를 직접 맡는 데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 일단 성과를 내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문 대표와의 공동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기구에 전권을 부여키로 한 것도 누가 위원장을 맡든지 실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안 의원 측의 설명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위원장직 수락여부에 대해 “뉘앙스를 보니 본인이 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오늘 중으로 결정해서 문 대표에게 알려주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 처음으로 취지나 제안설명을 들었고 혁신기구에 권한을 위임한다고 했으니까 위원장직을 직접 맡고 안 맡고의 문제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며 “(어제 만남은) 앞으로 당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문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을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대선주자로서 당내 지지 세력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위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명분과 차기 대선에서 친노 세력으로부터 잠재적 대안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이든 박원순이든 안철수든 혼자의 힘으로는 대선승리는 불가능하다”며 “문재인이 대선후보가 된들 안철수 등 부동층이 안 도와주면 안 되고, 안철수가 된들 친노 지지 없이 불가능하다는 게 지난 대선에서 확인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안 의원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리든지 이날 중으로 문 대표와의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안 의원은 지난 19일 결단 시점에 대해 “(문 대표와) 다음 약속은 못 잡았다”고 밝혔다. 일단 문 대표와 회동 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