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검찰이 '중앙대학교 특혜' 의혹에 연루된 박용성(75) 전 두산그룹 회장을 1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15일 오전 9시45분께부터 16일 오전 2시4분께까지 박 전 회장을 피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나온 박 전 회장은 차분한 표정으로 '혐의에 대해 소명 충분히 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측에서 시간 충분히 주셔서 제 형편에 대해 자세하게 말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박범훈(67·구속)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특혜 지시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검찰에게 다 말씀드렸고, 검찰에서 아마 정당한 판단해줄 것으로 안다"며 "특혜를 부탁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특혜를 대가로 1억여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인정을 하고 말고는 제가 여기서 대답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검찰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지켜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면 약정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이면계약같은 게 어딨나"고 짧게 답했다.
박 전 회장은 중앙대학교 학생들에 대해 "중앙대 학생들 미안합니다"라고 말한 뒤 준비된 회색 승용차를 타고 검찰 청사를 빠져나갔다.
박 전 회장은 중앙대 본·분교 통합을 추진하는 등 학교 핵심 사업을 추진하면서 박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교육부에 외압을 행사한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재단을 인수할 당시 전 과정에 개입했고, 이후 재단 이사장을 맡아 운영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회장을 상대로 뇌물공여와 사립학교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2011년 중앙대 본·분교 통합 사업 추진 당시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대가로 박 전 수석의 부인에게 두산타워 상가 임차권(전세권)을 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수석 측은 특혜 분양으로 수천만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우리은행이 중앙대와 주거래은행 계약을 연장하며 학교 측에 낸 100억원가량의 기부금을 학교회계가 아닌 법인회계(재단)로 처리하는 과정에 박 전 회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박 전 회장이 두산 계열사를 이용해 박 전 수석이 실소유한 중앙국악예술협회와 뭇소리재단에 후원금 형식으로 금품을 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박 전 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립학교법 위반, 업무상 횡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모두 6개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의 구속 기간을 연장해 보강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회장과 박 전 수석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주 중 이들을 일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