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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살인사건 (제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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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영등포역. 플랫폼에 열차가 진입해 들어왔다.
8월 21일 오후 2시, 부산에서 출발한 열착 영등포역으로 들어왔다.
‘흠... 내리겠지, 내 정보가 틀림없다면...’
한손을 포켓에 찌른 채 방용철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차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지열로 해서 영등포역은 그야말로 한증탕처럼 끓고 있었다. 열차의 2등칸에서 어린애를 안은 부인과 그 남펴니 내렸다. 어린애는 불에 덴 것처럼 계속해 울어대고 있었다.
방용철은 그 부부를 따르기 시작했다.
지욱은 우일그룹 본사 종합조정실에 나와 있었다. 그동안 너무 자리를 비워뒀기 때문에 결재서류들이 산더미처럼 밀려 있었다.
6시가 가까워오고, 종합조정실의 직원들이 막 퇴근을 서두를 무렵이었다.
“실장님, 전화예요.”
지욱의 여비서가 수화기를 넘겼다.
“나야, 우형빈이야. 오랜만에 출근을 했군.”
“뭐 좀 나왔나?”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방용철이란 사람한테서 어젯밤에 너에게 전화왔었지?”
“그래, 그건 자네도 알잖아?”
“놀라지 말게. 방용철이 살해 당했네.”
“뭐라구?”
지욱은 하마터면 수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오늘 5시 30분경, 팔당 근처의 숲 속에서 시체로 발견됐네.”
“충격인 걸. 자네 지금 어디 있나?”
“현장에 갔다가 지금 시경에 와 있네. 만날까?”
“그러지.”
“방용철의 하숙집에 같이 가자구. 광화문 대원다방에서 만나지.”
“좋아.”
지욱은 간신히 수화기를 놓았다. 지욱의 여비서가 의아한 얼굴로 지욱을 바라봤다.
“실장님, 무슨 전환데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차 좀 준비시켜 줘.”
“알겠습니다.”
지욱은 달리는 차 속에서 방송을 들었다. 그건 방용철 살해 사건의 뉴스였다. 경찰이 신원을 알아냈는데 우일산업의 총무과 직원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지욱은 웬지 얼굴이 화끈거려 왔다. 어쩌면 방용철 그도 아내 때문에 살해됐는지도 모른다.
광화문 대원다방에서 우형빈을 데리고 나와 다시 차로 방용철의 하숙집을 향해서 달렸다.
“방용철은 등에 예리한 단도를 맞았더군.”
“팔당이랬나?”
“응, 그런데 이상한 건 사건현장에 어린애 모양의 석고가 부셔져 있었고 그 석고에서 약간의 마약성분이 검출됐어.”
“마약?”
“어쩌면 이 사건은 마약과도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네. 아니, 관계가 분명히 있어.”
“그걸 어떻게 단정하지?”
“백낙원 사장도 마약을 복용하고 절명했거든. 피로카르핀이란 독극물은 일종의 마약이야.”
“흠.”
지욱은 신음소리를 냈다. 이 사건에 마약이 관계된다면 아내 나경미는 어떻게 되는가? 경미와 마약은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필동에 있는 방용철의 하숙집에서는 시경 형사들이 가택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뭐 좀 나왔나?”
방에 들어서면서 우형빈이 묻자 마형사는 어깨를 으쓱하고 방을 나갔다.
“여긴 이렇다 할 게 없습니다.”
장형사도 밖으로 나갔다. 수사과 형사들은 하숙집 아주머니와 하숙생들에게 뭔가 묻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뒤지고 나간 방용철의 방은 엉망이었다. 우형빈은 거기서 지푸라기라도 건질 듯이 또 뒤지고 있었다.
“좀 들어와. 왜 그러서 서 있어?”
“뭐가 있겠어?”
그러면서도 지욱은 하숙방으로 들어갔다. 언젠가 아내가 방용철에게 끌려갔던 방이라고 생각하니 지욱도 그 방이 보고 싶어졌다.
방용철은 어울리지 않게 많은 책들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질이 낮은 탐정소설들이었다. 두 평 반쯤 되는 방안에는 낡아빠진 침대가 창문곁에 가로놓여 있었고, 한쪽의 캐비넷에는 그의 양복들이 처량하게 걸려 있었다.
그걸 둘러보던 지욱은 방용철이란 사나이가 갑자기 불쌍해졌다. 그렇게 자신을 가지고 범인을 추적한다던 그가 오히려 범인에게 살해당하다니.
열심히 책갈피며 서랍이며 구석구석을 뒤지던 우형빈이 양복의 작은 포켓에서 구겨진 쪽지 하나를 끄집어냈다.
“이게 뭘까?”
“응?”
“이거 좀 봐. 전화번호가 적혀 있네.”
“그렇군.”
“옛날 자네 부인을 미친듯이 따라다녔던 이 사나이 방에 들어와 있는 감상이 어떤가?”
우형빈은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주머니에 넣으며 짓궂게 물었다.
“묘하군. 이 사내가 뭔지 비밀을 알고 있긴 있었던 모양이야. 그러니까 범인은 바짝 추격해 오는 이 사내를 없애 버렸지.”
“그래. 이 사내를 가볍게 보아 넘긴 우리가 큰 실수였어.”
두 사람은 죽은 자의 방을 나왔다. 지욱은 웬지 등허리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망자의 혼이, ‘난 너 때문에 죽었어’하고 지욱의 뒷덜미를 낚아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까 전화번호대로 다이얼을 돌렸다. 신호가 가고 저쪽에서 받는데 요란한 음악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아, 거기 278국에 5494번이죠?”
“거기 어딥니까?”
“실곕니다만, 거기 가정집인가요?”
“아니 뭐요? 아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전활 걸었단 말요? 원 별사람 다보겠군.”
그러면서 퉁명한 사내의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뭐 이런 녀석이 있어.”
“왜? 끊어졌어?”
“그런데 그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듣던 음성인데...”
전화를 걸었던 우형빈이 고개를 꼬았다.
“많이 듣던 음성이라니?”
“어디서 들었더라... 그리고 저쪽에서 음악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괘 요란한 박수소리도 들렸고...”
“다시 한번 걸어보지.”
이번에는 지욱이 다이얼을 돌렸다.
“아, 거기 278국에 5494번이죠?”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실례지만, 거기 어딥니까?”
“어딘지도 모르고 전화를 걸었어요?”
그리고 역시 또 전화가 끊어졌다.
“맞아, 음성은 주비서였어.”
우형빈도 마침내 기억을 더듬어 낸 듯 손가락을 튕겼다.
“틀림없어. 주강호 비서의 목소리였어.”
우형빈이 그 전화의 소유자를 알아냈다. 묵정동 5가 865번지. 서향숙이라는 여자가 소유주였다.
두 사람이 그 번지로 찾아가자 그럴듯한 한옥이 골목 깊숙이에 서 있고 <한정원>이라는 요릿집 간판이 달려 있었다.
“요릿집이군.”
“들어가보세.”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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