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지난 2011년 5월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과정에 대해 미국 정부가 허위 발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세이모어 허쉬는 "빈 라덴은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비밀리에 수감되었고 파키스탄 정부의 도움으로 미국이 빈 라덴이 수용됐던 곳을 급습할 수 있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허쉬는 지난주 영국의 격주간지 '런던 리뷰 오브 북스'를 통해 빈 라덴 사망에 관련 미국의 허위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허쉬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는 파키스탄 정보 당국과 협의해 빈 라덴을 살해했으며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과 정보국장은 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파키스탄 당국이 오사마 빈 라덴 살해 계획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오바마 정부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 당국은 허쉬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그가 인용한 미국 주요 정보원도 '익명'이라고 반박하며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허쉬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정확하지 않은 점이 상당수 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단독으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알카에다를 무너뜨리기 위해 파키스탄 정부와 꾸준히 협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관한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미 정부 단독 임무였다"고 덧붙였다.
CNN 안보 전문가 피터 베르겐은 허쉬의 주장에 대해 "그의 주장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현장을 목격한 다수의 증언에 위배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11일(현지시간) CNN 기사를 통해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허쉬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허쉬는 11일 CNN 아침 방송 '뉴 데이'에 출연해 "이것은 미국 정부에 의해 매우 심각히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주요 미국 정보원'이 주로 '익명'이거나 '퇴역한 미국 장성'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아직 미 정보국 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익명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은신 중이던 빈 라덴을 살해했고, 시신을 수장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파키스탄 정부는 미군의 공격 계획을 몰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허쉬는 그의 기고문에서 "미국의 이러한 주장은 동화 속 이야기와 같다"며 "오사마 빈 라덴이 그렇게 접근하기 쉬운 곳에 은신했을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허쉬는 "오바마 정부는 처음부터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빈 라덴을 아보타바드 수용소에 수감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빈 라덴이 미군의 공습으로 숨진 것이라고 거짓말하는데 미국 정부가 처음부터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파키스탄 정보부 밀고자가 미국에 2500만 달러(약 273억원)을 받는 대가로 미국 측에 빈 라덴의 행방을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허쉬는 또한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은 이슬람의 종교 전통에 따라 바다에 수장되지 않고 "작전 수행 후 아프가니스탄의 잘랄라바드로 귀환하는 도중 신체 중 일부는 힌두쿠쉬 산 등지에 버려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