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10일 오전 11시 서울역 고가 건너편 SK남산빌딩 앞.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회와 중구 일대 주민 200여명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반대 집회를 열고 서울시에 대체도로 착공을 요구했다. 건너편 고가도로에는 서울시의 고가 개방행사로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참담하다. 고가를 찾은 시민들의 즐거운 얼굴과 이곳의 우리의 표정은 너무나 다르다.” 고가도로 공원화사업 반대 플랜카드와 피켓을 든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회현동, 중림동 등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50~60대부터 80대까지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이들은 경찰에 가로막혀 서울시 고가에 들어서지 못하고 건너편에 대치했다. 고가개방행사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다.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회현동, 중림동 등 주민들은 고가도로 공원화가 되면 교통대란이 일어나고 상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회는 "서울역 고가도로는 남대문시장 상인 5만명의 생존권과 직접 연결된 유일한 출입구"라며 "먼저 대체도로를 건설한 후 고가 공원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대문시장 꽃상가 상인회장 방민자(58)씨는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등 행사장에 주로 꽃을 보내는 꽃시장은 배달이 제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돈을 받을 수 없고 결국 손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서울역 고가는 동서를 이어주는 길이다. 남대문 1만2000명 상인의 유통 문제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회현동 서울고가 반대추진위원회 여운갑(65) 위원장도 "이 길은 고가가 아니라 도로다. 대체 도로 없이는 절대 공원화는 안 된다"며 "책상에서 하는 졸속행정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대문에서 악세사리 가게를 하고 있는 이성재(62)씨도 "만리동 공장들이 남대문 시장으로 넘어올 때 서울역 고가로 통행하는데 우회하게 된다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시장의 교통 흐름이 차단되면 경제발전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12시께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가를 방문하자 도로 건너편의 상인과 주민들은 "약속을 이행하라"며 "지역상권 파탄내는 공원조성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고가를 둘러보던 박 시장은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지금 남대문시장이 지속적으로 쇠퇴하고 있어서 상인들이 많이 걱정한다"며 "반대하는 것도 이해한다. 혹시나 차가 막히면 장사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하지만 차로보다는 보행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이 매출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대문시장에 활성화된 종합 계획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과 주민들은 박 시장의 등장에 항의표시로 고가도로 행진을 이어가려다 경찰과 잠시 충돌하기도 했다.
상인, 주민들의 반대 시위에도 불구, 이날 고가 개방 행사에는 가족, 연인 등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큰 대조를 이뤘다.
시민들은 도로에 깔린 잔디밭에서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거나 부대 행사에 참여했고, 공연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방문한 이창준(48)씨는 "이전 개방때는 와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가족들과 함께 오게 됐다"며 "다리 자체가 오래됐고 이 자체가 역사적 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보존 차원에서 공원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47)씨도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서울역이나 남대문 등 시가지 풍경이 한눈에 보여서 좋다"며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원이 되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행사를 보고 찾아왔다는 이규희(29)씨는 "시민들에게 알려서 공원화를 추진하는 것 같은데 준비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며 "오면서 반대 피켓 등도 봤는데 시와 상인들이 잘 조율해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신이 바라는 서울역 고가의 미래는?'에 포스트잇을 붙이던 이윤엽(56)씨는 "시민을 위한 공원화는 좋은 일이겠지만, 기존 용도를 변경하면 이해관계자들이 반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갈등이 될 수 있는데 대안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