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8일 홍준표 경남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사건의 핵심 쟁점은 1억원 수수 여부, 공천 대가 여부, 회유 지시의혹 등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홍 지사 주변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가 돈을 받은 시점과 정황 등을 복원하면서 홍 지사 기소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반면, 홍 지사는 모든 의혹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달 30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메모는) 어차피 망자와의 진실게임이다. '돈 전달자'로 지목되는 윤모씨는 '사자(死者)의 사자(使者)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결국 망자와의 진실게임이기 때문에 이것을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내 주변도 체크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망자와의 진실게임을 하니까 반대 심문권을 통해 진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검찰도 답답할 것이고 저도 답답하다”고 검찰 조사와 자신의 방어권 행사가 모두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고인이 앙심을 품고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 쪼가리(쪽지) 하나가 올무가 되어서 지금 나를 옥죄고 있는데 이 올무가 곧 풀리리라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준표, 2011년 6월 1억원 받았나?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지시로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윤승모 전 부사장 등을 거쳐 홍 지사에게 1억원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부사장이 2011년 6월 자신의 아내가 운전하는 차로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 홍 지사를 만나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고 이를 홍 지사의 보좌관이 들고 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금품 수수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을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돈을 건넸다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게 홍 지사의 주장이다. 1억원을 건낼 당시 '동석자'로 지목된 홍 지사의 전 보좌관인 나경범(50) 경남도청 서울본부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공천 대가로 돈 건넸나?
검찰은 정치권 진입을 노렸던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공천을 대가로 1억원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윤 전 부사장이 "2012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은 생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뭐 그때 공천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아무 조건 없이 그렇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1억원이 공천의 대가였다는 부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 조사에서 홍 지사에게 전달됐다는 1억원의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혐의 등도 추가될 수 있다.
◆‘전달자’ 윤 전 부사장에 대한 회유 있었나?
검찰은 김해수(57)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홍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엄모(59)씨 등이 윤 전 부사장을 접촉,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네지 않은 것으로 진술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와 홍 지사의 측근들 간의 통화내용 녹음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 지사는 회유 의혹 역시 부인하고 있다. 윤 전 부사장과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이 자신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상을 알아보려 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홍 지사의 측근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데는 홍 지사의 지시 또는 방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홍 지사의 지시 하에 윤 전 부사장에 대한 회유 시도가 있었을 경우 홍 지사에겐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