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 경남지사 등 정치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검찰은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연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한장섭(50) 전 부사장도 수시로 불러 자금 조성 경위와 전달 경로, 시기 등을 시점별로 맞춰보고 있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 주말에 이어 사흘 연속 윤 전 부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인 2011년 6월 후보로 나섰던 홍 지사에게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윤 전 부사장은 구체적인 전달 장소와 시기 등에 대해선 명확하게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성 전 회장의 객관적인 동선과 행적, 박준호(49·구속)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43·구속) 비서실장·정낙민(47) 인사총무팀장 등의 진술 내용, 홍 지사 측에서 제출한 일정표와 의원회관 출입기록, 홍 지사의 일정 담당 비서진 등의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금품이 전달된 시기와 장소, 전달 경위와 방법, 동석 인물 존재 여부 등을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특정되는 대로 과거 홍 지사 측 캠프에서 회계와 조직, 수행 등을 담당했던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윤 전 부사장을 상대로 회유 의혹이 제기된 김모씨와 엄모씨 등 홍 지사의 측근들에 대한 소환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홍 지사는 이날 경남도청 실국장들에게 “거짓이 아무리 모여 봐야 참이 되지 않는다”며 “조만간 무엇이 거짓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소환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한 전 부사장도 수시로 소환해 경남기업의 정치 자금 조성 과정을 시점별로 재구성하고 있다.
한 전 부사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의 지시로 당시 박 대통령 대선 캠프 관계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남기업의 회계자료와 주요 관련자들의 계좌 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한 전 부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선을 앞두고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당시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만큼, 한 전 부사장의 진술 내용이 홍 의원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선 우선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전 부사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시대선 캠프 관계자 김모씨는 이날 “한 전 부사장을 잘 알지도 못하고 만났다고 하더라도 과거 충청포럼 회의 당시 배석했을 가능성이 있을 정도이지 따로 만났던 기억은 없다”며“홍 의원과도 가깝다는 관계 보다는 오히려 멀다면 먼 관계인데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홍 지사 등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앞두고 검찰내 '특수통'으로 꼽히는 주영환(45·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부장검사를 이날 수사팀에 추가로 합류시켰다. 수사팀 관계자는 “2단계로 접어든 수사 (상황) 때문에 조사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